사랑 그리움 725

다 잊고 살려고 해 / 임은숙

다 잊고 살려고 해 / 임은숙 ​ 네가 내게 했던 말들과 내가 네게 보였던 미소 그리고 낮과 밤이 엇갈리는 경계에서 무리 지어 몰려다니던 하얀 꿈들과 새벽이슬의 반짝임을 다 잊고 살려고 해 ​ 슬프지 않은 가을이 없듯이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마는 떠나고 싶은 계절과 머물고 싶은 사랑 사이에서 두 번 다시 너로 하여 웃지 않고 너로 하여 울지 않을 거야 ​ 그 숱한 날들의 회색빛 사연들과 깊어갈수록 아파야만 하는 슬픈 사랑의 줄다리기 이제 다 잊고 살려고 해

사랑 그리움 2021.12.14

착각입니다 / 임은숙

착각입니다 / 임은숙 ​ 빗물의 간절한 사연 알지도 못하면서 바람의 마지막 행선지 어딘지도 모르면서 등 돌리는 이의 지독한 아픔도 모르면서 빗물은 슬프다 바람은 자유롭다 이별은 차갑다 멋대로 단정 짓는 이들 ​ 때로는 빗물도 다정한 속삭임입니다 차마 멈출 수 없는 바람의 안타까운 몸부림입니다 이별 뒤에 남는 건 가장 뜨거운 기억입니다

사랑 그리움 2021.12.14

혼자서 떠났습니다 / 이정하

혼자서 떠났습니다 / 이정하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그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난 눈을 뜨기 싫었습니다. 이렇게 어디로 휩쓸려 가는가. 세상 사람들 모두 남아 있고 나 혼자만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따로따로 걸어가는 것보다 서로 어깨를 맞대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늘 혼자서 떠났습니다. 늘 혼자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늦은 밤, 완행열차 차창 밖으로 아득히 별빛이 흐를 때, 나는 까닭 없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혼자서 가야하고 혼자서 닿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종착지라면 어쩐지 삶이 쓸쓸하지 않습니까. 낯선 객지의 허름한 여인숙 문을 기웃거리며 난 늘 혼자라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그렇게 절망하다가, 어느 바람 부는 거리 한 구석에서 나는 그리움이란 이..

사랑 그리움 2021.12.14

이 넉넉한 쓸쓸함 / 이병률

이 넉넉한 쓸쓸함 / 이병률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우리는 그것으로 살자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 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

사랑 그리움 2021.11.14

남겨진 자리에 / 이정하

​남겨진 자리에 / 이정하​ 그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이상 내게도 큰 기쁨이었네 그것이 설령 헤어짐을 뜻한다 해도 ​ 우리의 꽃 피우지 못한 사랑보다 늘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었으니 ​ 어서 가라, 그대여 나는 이 자리에 있을 테니 세월이 흐르고 흘러 우리 사랑 까맣게 잊혀진다 해도 나는 그냥 여기 서 있을 테니 ​ 언젠가 그대가 돌아왔을 때 낯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둘게 내 할 수 있는 일은 그뿐 그대여, 어서 가라 ​ 너는 헤어진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잠깐, 떨어져 있다 생각할 뿐이므로 ​

사랑 그리움 2021.11.14

함께 가는 길 / 임은숙

함께 가는 길 / 임은숙 ​ ​ 동행의 길에는 수많은 샛길이 있다 ​ 나는 새가 아름다워 고개 들어 새를 쫓다가 맑은 물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다가 샛길로 접어들기 쉽다 ​ 부단히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초심을 유지한다면 동행의 길에 샛길은 없다 ​ 우리 다정한 얘기 멈추지 말자 우리 잡은 손 놓지 말자 ​ 어제보다 찬란한 너와 나의 하루가 간다

사랑 그리움 2021.11.07

유월 / 오세영

유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사랑 그리움 2021.06.01

내 사랑 달빛이 되어 / 향린 박미리

내 사랑 달빛이 되어 / 향린 박미리 아무리 문을 닫아도 달빛은 새어드나니 그대 굳이 닫으려 애쓰지 말아요 달빛으로 다녀가는 이 마음은 스스로 빛나는 기쁨 그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어차피 우린 저 달의 거리만큼 먼 인연이었나 봅니다 왜 사랑했을까? 바보 같은 이 그리움 그러나 원망은 않으렵니다 내 사랑 달빛이 되어 이 밤도 홀로 빛나다 갈지라도 그리움 비출 곳 있음에 그것만으로도 나는 참 행복합니다 바보만이 바보만이 품어내는 이 행복 그댄 끝내 모르신대도

사랑 그리움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