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718

사랑하고 있을 때가 가장 외롭다 / 전은영

사랑하고 있을 때가 가장 외롭다 / 전은영  사랑을 하고 있을 때온 세상이 다 내 것인 것 같아도가끔텅텅 빈 정거장아무도 없는 곳 같이 외로운 것은더 많은 사랑을 갈구하는 욕심 때문이다사랑하는 이와 잠시의 이별이 서럽고 작은 몸짓 하나에 걀걀 웃으며 사소한 말다툼에도 하늘이 무너지는 건 생각 하나 말 하나까지 그와 일치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사랑을 하면서도 서러운 것은 그의 일상을 갖고 싶고 조금 더 조금 더 그의 영혼 속에 녹아내려 둘이 아닌 하나로 살아지고 싶은 간절한 소망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사랑이므로 사랑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사랑이 필요해지고 더 많이 알고 싶어지고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버리지 못한 무수한 미망 때문에 사랑하고 있을 때가 가장 외롭다

사랑 그리움 2024.11.05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다 / 오세영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다  / 오세영날리는 꽃잎들은어디로 갈까.꽃의 무덤은 아마도 하늘에있을 것이다.해질 무렵꽃잎처럼 붉게 물드는 노을.떨어지는 별빛들은어디로 갈까,별의 무덤은 아마도 바다에있을 것이다.해질 무렵별빛 반짝이는 파도,삶과 죽음이란 이렇듯뒤바뀌는 것지상의 꽃잎은 하늘로하늘의 별은 지상으로그러므로 사랑하는 이여,우리 이제부터는멀리 있는 것들을 그리워하자.우리는 시방 너무나너무나,가까이 있다.

사랑 그리움 2024.11.05

사랑의 전설 / 서정윤

사랑의 전설 / 서정윤  사랑은 아름다워라그대 눈빛 보고 있으면 촛불이 다 타는 것도 잊고떨리는 그림자를 숨기며그냥 그대 앞에만 있고 싶어라사랑은 굳건하여라생각이 요구하는 어떤 것도 그대 향한믿음의 나무보다 튼튼하지 못하고한갓 말이 부리는 재주에 흔들리지 않는 사랑으로내 그대에게 다가가리니사랑은 생명이어라메마른 마음의 깊은 계곡에 풀이 돋아꽃을 피우는 사랑은죽음조차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전설이어라하지만 사랑은 아픔이어라그 끝 보이지 않는 오랜 기다림으로도사랑의 속삭임 들을 수 없어내 소중한 나를 다 버려도 사랑의 미소는 잡을 수 없다사랑의 아픔은 더욱 소중하여라오래 남는다사랑의 상처는 너무 오래 남는다아득한 시간이 흘러 아픔 사라져도상처의 흔적은 남아 슬프지 않은 추억이 된다사랑의 전설이 된다사랑의 전..

사랑 그리움 2024.11.05

너에게 가는 길 / 藝香 도지현

너에게 가는 길藝香 도지현  왜 이렇게 어렵니?유채 이탈하여 간다면나를 알아봐 주긴 하려나가서 건드리면건드리는 줄이나 알아주려 나 간다는 마음은,너에게 이미 가 있다는 뜻이야길이 아무리 거칠어사금파리가 널려 있어도긁히고 베이고 하면서너에게 가는 내가 느껴져 너는 알려 나이렇게 목말라 애타게 너를 원하는 것을눈물이 베갯잇을 적셔도참 까다로워그러나그 길을 대로라 생각할 거야

사랑 그리움 2024.10.28

비 오는 날의 그리움 / 임은숙

비 오는 날의 그리움 / 임은숙                                  하늘 아래 어딘가에 존재함으로내 위안이 되는 이여 진한 커피보다은은한 차향이 좋은생각 많은 8월의 밤에는마음 한켠에 밀어놓았던다정한 이름 석 자 당겨옵니다 더 이상소나기 같은 그리움이 아닙니다세월에 익은뜨거운 눈물의 기억입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경이로운 순간도 아닌비가 잦은 계절 어느 늦은 오후에잊은 줄 알았던 그리움을 소환하는짓궂은 비가 있습니다 아직도 내게눈물이 남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어떤 그리움은온전히 비 오는 날의 것입니다

사랑 그리움 2024.08.20

뜨거운 편지 / 김현

뜨거운 편지 / 김현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어떻게 하면어떻게 하면그대 마음 얻을까, 고민하다가연습장 한 권을 다 써버렸습니다이렇게 침이 마르도록고된 작업은 처음입니다내 크나큰 사랑을 표현하기에는글이란 것이 턱없이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지금 부엌에서보리차가 끓고 있습니다보리차가 주전자 뚜껑을 들었다, 놨다합니다문틈으로 들어 온보리차 냄새가 편지지 위에서만년필을 흔들어 댑니다사랑합니다, 란 글자결국 이 한 글자 쓰려고보리차는 뜨거움을 참았나 봅니다.

사랑 그리움 2024.07.25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길가에 진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사랑 그리움 202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