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724

먼발치에서 / 이정하

먼발치에서 / 이정하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굳이 당신에게 물어볼 건 없지만나 혼자서 당신을 사랑하고,나 혼자서 행복해 하고,나 혼자서 아파하고 그리워하면 그뿐이겠지만내 허전한 마음이 당신에게 물어보라는군요.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당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할지라도당신을 이미 사랑하는 나는당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만났다가하루에도 수백 번씩 당신과 이별하곤 합니다.당신의 대답도 있기 전에벌써 당신을 사랑하고 만 나를 용서해 주세요.행여 당신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내 성급하고 서툰 사랑에 당신이 곤란하지는 않을까늘 걱정스럽긴 해도 그것만 허락해 주세요.당신을 사랑하게만,당신을 내 마음에 간직하게만.당신을 사랑합니다.비록 가까이 있진 않지만설혹 당신이 모르고 있다 할지라도나는 사랑하..

사랑 그리움 2024.06.19

그리움 때문에 삶엔 향기가 있다 / 이정하

바람이 부는 것은누군가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내가 너에게,혹은 네가 나에게 보내는 바람엔향기가 묻어 있다.삶이란 게 그렇습니다.기쁨보단 슬픔이 더 많지요.또한 사람이란 것도 그렇습니다.같은 양이라 할지라도기쁨보단 슬픔을 더욱 깊게 느끼지요.뿐만 아니라 기쁨은 순간적이지만슬픔은 그렇지 않습니다.슬픔의 여운은 기쁨의 그것보다훨씬 오래인 것입니다.왜 그렇겠습니까?아무리 생각해도전 그 해답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그러나 전 이제는그 까닭을 알 수 있게 되었지요.비바람을 겪은 나무가 더욱 의연하듯사람도 슬픔 속에서더욱 단련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사랑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헤세가 얘기했듯이사랑이라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우리가 고뇌와 인내에서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가를보이기 위해서..

사랑 그리움 2024.06.05

흔적 / 서정윤

흔적 / 서정윤 밤을 꼬박 세워 바람 소리를 들었어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던 나머지 슬픔들도 곧 도착할 거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해 주지 않은채 자신의 일들로 바빴어 반짝이는 나뭇잎에 다가가 말을 걸어도 햇볕이 필요하다는 대답뿐 내가 왜 우울한지는 묻지도 않았어 모든 변하는 것들 속에서 서서히 옅어지는 기억들 잊혀지는 게 싫어 창을 열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어 있었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인정해도, 숨겨진 연결 고리 하나라도 있었으면, 원했지 영원히 나만 알고 있을 비밀들로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가장 힘든 걸 말해 버리라고 자꾸 유혹하지만 그럴 만한 용기도 없어 나에게 남은 너의 흔적을

사랑 그리움 2023.11.29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 김재진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 김재진 만남이 이별을 감추고 있다면 기쁨은 또 슬픔을 감추고 있습니다 내 가슴이 사무치는 건 결코 당신이 떠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든 만남이 마침내 다다르고 마는 이별 보다 나는 이별 뒤에 찾아올 망각을 아파하는 것입니다. 아, 내가 까맣게 잊어버리고야 말 당신은 이제 허공의 전설처럼 사라지고 없습니다. 당신이 떠난 뒤의 나를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은 아무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없습니다. 떨어지는 저 나뭇잎 한 장의 의미도 우리가 아는 것은 없습니다. 만남이 이별을 감추고 있다면 희망은 또 상처 속에 숨어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별 보다 아픈 건 망각이라 스스로를 베면서도 나는 또 이 세상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합..

사랑 그리움 2023.11.19

별일 없지 / 김숙영

별일 없지 / 김숙영 별일 없지 특별한 수식어도 아닌 이 한마디 한 사흘만 뜸해도 궁금하고 서운한, 지극히 평범한 이 한마디 봄비에 샘물 붇듯, 情이 넘쳐나는 곁에 두고도 자꾸 보고픈 내 새끼들 이 세월토록 情 쌓은 내 좋은 사람들 그렇고말고 우린 별일 없어야지, 참말로 별일 없이 살다가 수월하게 고이 가야지 간단명료하고 진솔한 이 한마디 밥 안 먹고도 고봉밥 먹은 듯 세상 온통, 북소리 둥둥 신명나고 곧장 눈시울 뜨거워 사랑이 아파 오는 흔하고도 귀한 별일 없지

사랑 그리움 20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