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724

그리움 측정법 / 이기철

그리움 측정법 / 이기철 다 말해버리지 못해 입안에 오래오래 불덩이로 남아있는 것 쓰러진 줄 알았는데 가보면 새록새록 살아 있는 것 책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창에도 서려 있는 것 오다가 자꾸 뒤가 궁금해 다섯 번은 돌아보게 하는 것 수숫대처럼 가늘고 힘겹게 등 뒤에서 오래오래 흔들리는 것 양말까지 다 챙겼는데 도착해보니 그것 하나만 남겨두고 온 것 사실이 아니고 실재가 아닌 것 실체가 아니고 실물이 아닌 것 어제까지 내 안에 소복했는데 오늘은 어디에도 없는 것 지금까지 부르던 이름을 지우고 새 이름 붙여주고 싶은 것 개화보다 더 일찍 영글어 버린 것 내다 버렸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내 곁에 와 있는 것 일찌감치 라고 말하면 훨씬 늦게 오는 것 천천히 라고 말하면 일찌감치 내 안에 와 있는 것 ..

사랑 그리움 2023.03.14

슬픈 연가(戀歌) / 藝香 도지현

슬픈 연가(戀歌) / 藝香 도지현 사념의 틀 속에 갇혀 있는 기억 어느 때는 슬펐다가 어느 때는 행복했다가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지 모를 가슴 심연에 묻어둔 사연 불현듯 응혈 덩어리가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치면 주르르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 없고 세포 하나하나가 응축되어 꼼짝 못 하는 화석이 된다 어느 때는 영화의 한 신처럼 뜨겁게 사랑한 행복했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뇌리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행복한 슬픔에 가슴이 저리다.

사랑 그리움 2023.01.12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 이외수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 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 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 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 왜 그리 쉽게 손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 손으로 쥐어 잡았다 해서 그 가슴 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 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 뒤로 보내버렸다 해서 그 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 하면 잊지도 못할 것을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

사랑 그리움 2023.01.05

사랑해서 외로웠다 / 이정하

사랑해서 외로웠다 /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 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 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사랑 그리움 2023.01.05

가슴에 묻은 이름 하나 / 최수월

가슴에 묻은 이름 하나 / 최수월 한때 열병처럼 앓았던 그리운 이름 하나 아주 보낼 수 없어 가슴에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가슴에 묻어 두고 아주 가끔 이라도 부르고 싶을 때 부르려고 가슴에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아주 보내고 혼자여서 외롭기보다는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는 없지만 가슴에 묻어 두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면 덜 외로울 것 같아 가슴에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영원히 가슴에 살고 있을 그리운 이름 하나 그래서 덜 외로울 것입니다.

사랑 그리움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