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724

한사람을 위한 기도 / 최 옥

한사람을 위한 기도 / 최 옥 너는 먼곳에 있지만 그리움은 내 가슴에 있었어 널 생각 하는 것이 늘 나의 기도 였어 널 알게 된 날부터 그리움은 언제나 미로 같은 거 였어 너의 잔영 속에서 결코 빠져 못 나오리라는 예감 너가 한 없이 보고 싶다 너의 하얀 손을 만지고 싶다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리 없이 울고 싶다 마주 앉을 사람도 없이 커피 물은 끓고 있는데 눈을 감고 가만히 너의 이름을 부른다 너는 알까 널 생각 하는 것이 나의 기도라는 걸

사랑 그리움 2022.07.29

가슴에 품은 섬 하나 / 藝香 도지현

가슴에 품은 섬 하나 / 藝香 도지현 매일 바다가 출렁거린다 출렁거릴 때마다 나도 흔들린다 파도가 모래톱을 때릴 때는 나도 고통으로 몸살을 앓는다 처음 섬을 품었을 때는 그렇게 뿌듯하고 달콤한 마음 헤어날 수 없는 사랑의 늪에 빠져 마냥 행복하기만 했지 그런데 사랑이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가면 변하고 떠나기도 하더라 떠나지 않더라도 고통으로 머물지 매일 파도를 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가슴벽을 긁어 긁힌 가슴은 선혈이 흐르는데 그런데도 보낼 수 없는 건 미련 때문인가

사랑 그리움 2022.07.28

중년의 길 / 임은숙

중년의 길 / 임은숙 세상 살면서 처음 아닌 길이 없겠지만 하나씩 나이를 더할수록 서툴고 두려운 길입니다 정열 하나로 무작정 앞을 향하던 청춘의 길과는 사뭇 다른 조심스럽고 불안한 길입니다 무가내로 달려드는 한여름 밤의 풀벌레 같은 이제 추억이라 불리는 끈적끈적한 기억들도 있고 포근한 잠자리보다 반가운 친구 같은 아침도 있습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보다는 그 어떤 구속이 그립기도 한 새벽부터 황혼녘까지 해걸음을 세는 외롭고 추운 길입니다

사랑 그리움 2022.07.16

아름다운 기억의 서랍

아름다운 기억의 서랍 왠지 아무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그런 저마다의 애잔하고 누추한 기억의 서랍 하나쯤은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법이다. 막상 열어보면 으레 하찮고 대수롭잖은 잡동사니들만 잔뜩 들어있는 것이지만, 그 서랍의 주인에겐 하나 같이 소중하고 애틋한 세월의 흔적들이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사람의 서랍속 - 먼지 낀 시간의 흔적들과 꿈, 사랑, 추억의 잡동사니들 까지를 함께 소중해하고 또 이해해 주는 일이 아닐까. 추억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고, 그러므로 그걸 지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모든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 임철우의 中에서 -

사랑 그리움 2022.07.10

중년에 찾아든 그리움 / 김경훈

중년에 찾아든 그리움 / 김경훈 사랑은 죽은 줄 알았다 그리움도 사라진 줄 알았다 쫓기듯 살아온 세월들이 풋사과같던 꿈들을 먹어 버리고 결박당한 삶들은 낙엽처럼 스러질것만 같았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 거울 속으로 들어가 보니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는 아쉬움들이 묻어나지만 그래도 가슴에는 첫사랑의 느낌처럼 설레이는 그리움이 있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사람 비 오는 날에는 문득 찾아가 술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 바람부는 날에는 전화를 걸어 차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 눈이 오는 날에는 공원에 들러 손 잡고 걸어 보고 싶은 사람 그리움이 죄만 아니라면 밤새 그리워하고 싶은 사람 중년의 가슴에 소리없이 들어와 날카로운 그리움을 알게 해 준 미운 사람이여

사랑 그리움 2022.07.02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 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사랑 그리움 2022.06.15

사랑이 깊어지면 / 홍수희

사랑이 깊어지면 / 홍수희 이제 우리에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한 번쯤 조용히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우리에겐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한 번쯤 지긋이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사랑이 깊어지면 소리가 없이도 사랑을 알아듣고 사랑이 깊어지면 몸짓이 없이도 사랑을 이해합니다

사랑 그리움 202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