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날개 / 하영순 바람의 날개 / 하영순 그립다그리워서 길을 나섰다어디로 갈거나 나그네 발길길잡이 세월의 나침반 따라가도 가도숨 막히는 우중충한 하늘 길이런 세상 저런 세상그리움도 서러움도 가슴에 담으리라그리움이란떼어버릴 수 없는 그림자 같은 것그리움이 곪아날개를 달았다 아픔이란 이름으로날아라 멀리 저 멀리 사랑 그리움 2024.10.28
너에게 가는 길 / 藝香 도지현 너에게 가는 길藝香 도지현 왜 이렇게 어렵니?유채 이탈하여 간다면나를 알아봐 주긴 하려나가서 건드리면건드리는 줄이나 알아주려 나 간다는 마음은,너에게 이미 가 있다는 뜻이야길이 아무리 거칠어사금파리가 널려 있어도긁히고 베이고 하면서너에게 가는 내가 느껴져 너는 알려 나이렇게 목말라 애타게 너를 원하는 것을눈물이 베갯잇을 적셔도참 까다로워그러나그 길을 대로라 생각할 거야 사랑 그리움 2024.10.28
비 오는 날의 그리움 / 임은숙 비 오는 날의 그리움 / 임은숙 하늘 아래 어딘가에 존재함으로내 위안이 되는 이여 진한 커피보다은은한 차향이 좋은생각 많은 8월의 밤에는마음 한켠에 밀어놓았던다정한 이름 석 자 당겨옵니다 더 이상소나기 같은 그리움이 아닙니다세월에 익은뜨거운 눈물의 기억입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경이로운 순간도 아닌비가 잦은 계절 어느 늦은 오후에잊은 줄 알았던 그리움을 소환하는짓궂은 비가 있습니다 아직도 내게눈물이 남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어떤 그리움은온전히 비 오는 날의 것입니다 사랑 그리움 2024.08.20
당신의 이름 / 이성희 당신의 이름 / 이성희 당신의 이름 하나듣는 것만으로가슴 설레는 낮은 속삭임고요한 밤바람곁에도당신의 이름 석자 가슴 울려주고 가만히 베개를 고이고드러누워도그 이름 가로 세로 이불이 되고 흐르는 음악 속에눈감으면그대의 이름은 사랑의 여울 관 속의 수의누워서도간직할 것은 다만 당신의 이름당신은 나의 별이 된다 사랑 그리움 2024.07.29
뜨거운 편지 / 김현 뜨거운 편지 / 김현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어떻게 하면어떻게 하면그대 마음 얻을까, 고민하다가연습장 한 권을 다 써버렸습니다이렇게 침이 마르도록고된 작업은 처음입니다내 크나큰 사랑을 표현하기에는글이란 것이 턱없이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지금 부엌에서보리차가 끓고 있습니다보리차가 주전자 뚜껑을 들었다, 놨다합니다문틈으로 들어 온보리차 냄새가 편지지 위에서만년필을 흔들어 댑니다사랑합니다, 란 글자결국 이 한 글자 쓰려고보리차는 뜨거움을 참았나 봅니다. 사랑 그리움 2024.07.25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길가에 진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사랑 그리움 2024.07.25
한잔의 커피에서 / 도지현 한잔의 커피에서 차가운 회오리바람이 분다얼마 전만 해도 뜨거운 바람으로심장을 데일 것 같았는데 언제까지나온대 기류 속에 안주해따뜻함으로 아늑한 기분이마약처럼 몸속에 스며들어한없이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무슨 연유에서 인지한발 삐끗 수렁에 빠졌다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렸더니단풍이 드는 계절이 오고눈 내리는 계절이 와버렸다 그러하더라도 꽃피고새 노래하는 아름다운 계절이 오면다시 따뜻해지려니 했는데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입술에 닿는 커피는 식고커피잔 속에서는 토네이도 같은회오리바람이서릿발처럼 차갑게 소용돌이친다. 사랑 그리움 2024.06.29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 도종환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 도종환 그리움은 아무 말도 없이나를 여기에 홀로 놓고 가 버리네나는 어디로 가지참 많은 사람들이 있네근데모두가 자기 길만 총총히 가네그럼 난 어디로 가지그냥서 있잖아요언제나 그 자리에내가 사랑하는 당신도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 해즐거운 편지처럼당신이 서있는 배경에서바람이 불고 해가 지는 것 처럼.. 사랑 그리움 2024.06.29
내 가슴 한쪽에 / 이정하 내 가슴 한쪽에 / 이정하 세상의 울타리 안쪽에는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습니다.스쳐갈 만큼 짧았던 만남이기도 했지만세상이 그어둔 선 위에서건너갈 수도 건너올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그 이후에쓸쓸하고 어둡던 내 가슴 한쪽에소망이라는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그 촛불로힘겨운 사랑이 가져다 준 어두움을조금이라도 밀어내 주길 원했지만바람막이 없는 그것이 오래갈 리 만무합니다.누군가를 위해서따뜻한 자리를 마련해 둔다는 것.아아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의자를 비워둘 때의 그 쓸쓸함을.그 눈물겨움을세상이라 이름 붙여진그 어느 곳에도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습니다.하지만,그대가 있었기에 늘 나는내 가슴 속에 초 한 자루 준비합니다.건너편 의자도 비워 둡니다. 사랑 그리움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