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리에 / 이정하
그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이상 내게도 큰 기쁨이었네
그것이 설령 헤어짐을 뜻한다 해도
우리의 꽃 피우지 못한 사랑보다
늘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었으니
어서 가라, 그대여
나는 이 자리에 있을 테니
세월이 흐르고 흘러 우리 사랑
까맣게 잊혀진다 해도
나는 그냥 여기 서 있을 테니
언젠가 그대가 돌아왔을 때
낯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둘게
내 할 수 있는 일은 그뿐
그대여, 어서 가라
너는 헤어진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잠깐, 떨어져 있다
생각할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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