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 문정희 고독 / 문정희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좋은글 좋은시 2017.04.01
사랑의 시차 / 최영미 내가 밤일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 제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맨발로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 좋은글 좋은시 2017.04.01
소망 / 김상현 소망 - 김상현 내 눈 밖에 보이는 저 세상이 전부 시인데 내 생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어느 날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옮겨 시를 쓰고 내가 말하는 것이 모두 시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꿈을 꾸며 하루하루 나는 늙어간다. (김상현·시인, 1947-) (Broken Vow - Lara Fabian) 좋은글 좋은시 2017.03.26
그때 / 김용택 그때 - 김용택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 좋은글 좋은시 2017.03.26
그대 울지 말아요 / 정화진 들판과 풀밭과 산맥을 건너 왔나요? 그대는 발을 잃었나요? 울지 말아요. 그대에게 강의 노래를 들려 드릴게요. 들꽃 한 다발은 어떠세요? 바람의 말을 들어보실래요? 풋풋한 신발을 만들어 드릴게요. 들꽃 한 다발의 향기를 한 사발 구름덩이를 마셔보실래요? 슬픔은 당나귀를 따라 강을 .. 좋은글 좋은시 2017.03.12
마지막 기차 / 오장환 마지막 기차 / 오장환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 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 좋은글 좋은시 2017.03.12
한그루 나무로 와 계신건지요 안개 사이를 걷습니다 투명하게 맑은 날들 뒤로하고 사는 일이 때로 버거워 괜한 서러움이 하얗게 풀어지는 날엔 안개 내려앉는 적막한 숲길을 찾습니다 시간은 어느 곳에서 빙글빙글 맴돌기도 하고 쏜살같이 달아나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역류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흘러왔어야 할 자.. 좋은글 좋은시 2017.03.12
먼 강물의 편지 / 박남준 먼 강물의 편지 / 박남준, 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길에는 눈 내리고 궂은비 뿌리지 않았을까 한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날들 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 좋은글 좋은시 2017.02.27
고독 / 서주홍 고독 / 서주홍 모든 것을 버리고 싶다 아무렇게나 놓여진 기억의 조각들이 맨몸으로 울음을 시작하고 모르는 어디 처박힌 고요는 형벌처럼 남았는데 저 시간의 끄트머리에는 독을품은 그리움이 차라리 무서운 해후 Elias Rahbani - Loneliness 좋은글 좋은시 2017.02.27
둘이서 함께 / 문성란 둘이서 함께 / 문성란 밥을 먹기 전에 톡 반찬을 집기 전에 톡 젓가락 두 짝을 나란히 세워 보는 건 누구 키가 더 큰가 재보는 게 아니야 둘이서 함께마음을 맞추고 둘이서 나란히생각을 맞추라는 거야 좋은글 좋은시 2017.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