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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사이를 걷습니다 투명하게 맑은 날들 뒤로하고 사는 일이 때로 버거워 괜한 서러움이 하얗게 풀어지는 날엔 안개 내려앉는 적막한 숲길을 찾습니다 시간은 어느 곳에서 빙글빙글 맴돌기도 하고 쏜살같이 달아나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역류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흘러왔어야 할 자리를 거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한 생을 적셔놓습니다 시간 따라 흐르다 문득 지금 이 자리 지금의 내 모습 지금 내가 보고있는 곳이 궁금해지는 날은 선명하게 보이던 것들 어느새 흐려져 빈 들판에 초라하게 남겨진 것 같은 날입니다 어딘가에서 서성이던 내 발자국 미련으로 차마 놓아보내지 못한 흔적들 뽀얗게 시간 속으로 쏟아놓으면 짙은 안개 품어안은 숲의 침묵만큼 내 숨도 깊어질까요? 자욱한 안개를 뚫고 어느새 선명해지는 나무 한 그루 멀리 있는 것 사라지고 뚜렷하지 않은 것 희미해지고 비로소 저만치서 분명해지는 여름과 가을사이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이 어설픈 계절에도 당신, 홀로 선 내 그림자 깊어진 날 저 안개 숲길에 홀연히 한 그루 나무로 와 계신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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