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는 소리 / 오광수 일러스트/이철원기자 세월이 가는 소리 / 오광수 싱싱한 고래 한 마리 같던 청춘이 잠시였다는 걸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서른 지나 마흔 쉰 살까지 가는 여정이 무척 길 줄 알았지만 그저 찰나일 뿐이라는 게 살아본 사람들의 얘기다 정말 쉰 살이 되면 아무 것도 잡을 것 없.. 좋은글 좋은시 2018.12.16
만추(晩秋) / 천상병 만추(晩秋) / 천상병 내년 이 꽃을 이을 씨앗은 바람 속에 덧없이 뛰어들어 가지고, 핏발 선 눈길로 행방을 찾는다. 숲에서 숲으로, 산에서 산으로, 무전여행을 하다가 모래사장에서 목말라 혼이 난다. 어린 양 한 마리 돌아오다. 땅을 말없이 다정하게 맞으며, 안락의 집으로 안내한다. 마.. 좋은글 좋은시 2018.12.03
사람과의 관계 / 정채봉 사람과의 관계 / 정채봉 모든 사람들을 좋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마셔요 노력해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마셔요 모든 이가 당신을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랍니다 내가 마음을 바.. 좋은글 좋은시 2018.12.03
돌아가는 길에서 / 목필균 돌아가는 길에서 / 목필균 뚜껑을 열면 뻐꾸기 우는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으랴 구름 따라 흘러가고 바람 따라 몰아가며 물길 따라 그렇게 걸어 왔는데 링거 줄에 묶인 몸을 목숨이라고 붙들고 앉은 사람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야.’ 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고 씨앗을 떠나보내.. 좋은글 좋은시 2018.12.03
혼자 있는 시간 / 김재진 혼자 있는 시간 / 김재진 내 속에서 걸어나온 사내 하나 나를 보고 있다. 거울 속에서도 낯선 사내 한 곰곰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사방에서 감시당하고 있다. 나를 들여다보는 몇 개의 나. 까딱거리고 있는 저 손가락은 누가 움직이는 것인가. 누가 누른 스위치에 의해 나는 웃거나 .. 좋은글 좋은시 2018.12.03
다시 눈이 내리면 / 원태연 다시 눈이 내리면 / 원태연 다시 눈이 내리면 생각이 나주겠지요 오랜 세월에 묻혀 어렴풋해진 얼굴 다시 눈이 내리면 생각이 나주겠지요 다시 눈이 쌓이면 떠올라 주겠지요 차곡차곡 쌓이는 눈처럼 그 얼굴과의 얘기 다시 눈이 쌓이면 떠올라 주겠지요 다시 눈이 녹으면 녹아 없어지겠.. 좋은글 좋은시 2018.12.03
겨울나무 / 도종환 겨울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 좋은글 좋은시 2018.12.03
겨울 숲 / 복효근 겨울 숲 / 복효근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 좋은글 좋은시 2018.11.19
가을의 노래 / 임은숙 가을의 노래 / 임은숙 가을은 허무한 탄식으로 시작된다 도망치 듯 스쳐간 봄과 여름이 그 흔적마저 말끔히 지우려고 여기저기 굵직한 붓질을 한다 단풍처럼 눈시울을 붉혀도 괜찮은 계절 가을엔 누군들 슬프지 아니하리 꽃이 진 자리마다 깊어가는 상처 아픔이어라 슬픔이어라 떨어지.. 좋은글 좋은시 2018.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