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 정호승 갈대 /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종일 바.. 좋은글 좋은시 2018.09.30
가을 유서 / 류시화 가을 유서 / 류시화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 좋은글 좋은시 2018.09.30
10월의 시 / 목필균 10월의 시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좋은글 좋은시 2018.09.30
먹감나무 / 김복수 먹감나무 / 김복수 열두 칸 종갓집 툇마루 담장 곁에 먹감나무 한그루 담장을 베고 누워 지낸다 마루에는 먼지들이 서까래에는 거미들이 좌정한 큰사랑엔 꺼멓게 가슴이 썩어가는 먹감나무 한그루 앉아 있는 날보다 누워 지내는 날이 많다 그래도 먹감나무 이름은 어디 가랴? 잘 익은 홍.. 좋은글 좋은시 2018.09.09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 좋은글 좋은시 2018.09.09
상처없는 생은 없다 / 황라현 상처없는 생은 없다 / 황라현 혼자 있지 말고 아픔과 함께 있어라 라며 슬픔의 뼈를 주문처럼 달고 다녔지 그러나 세상에 트집 잡고 살진 않아 풀도 바람에게 베여 고개 숙이며 아파하고 꽃도 빗방울이 앉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찢겨지고 나뭇잎도 햇빛 살과 엮어지면 시들해지는 것을 모.. 좋은글 좋은시 2018.09.09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 좋은글 좋은시 201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