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없는 생은 없다 / 황라현
혼자 있지 말고 아픔과 함께 있어라 라며
슬픔의 뼈를
주문처럼 달고 다녔지
그러나 세상에 트집 잡고 살진 않아
풀도 바람에게 베여 고개 숙이며 아파하고
꽃도 빗방울이 앉는 무게를 이기지 못해 찢겨지고
나뭇잎도 햇빛 살과 엮어지면 시들해지는 것을
모두다 상처를 입어 지레 겁을 먹고 있잖아
상처 없는 생이 어디 있으랴
저마다 한숨과 원이 많아
마음 속 이슬 털지 못하고
툭 건드리면 터질 울음보를 주렁이며 달고 사는 것을
거둬버린 사랑에 대한 허기를 면하려고
사람 냄새 맡지 않고 사람으로부터 멀찍이 등졌더니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엔 혼자 있는게 습관이 되어버렸고
시와 자연에 생각을 부비고 마음 문대게 되었지
그렇게 사는 거지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맨발의 마음으로 몸 던지고 마음 던지며
처절하게 살아 낸 후에 얻어진 희열을 느껴 보는 것이라고
뭉크
끝없이 마음을 다하는 것 / 황라현
목숨 바칠만큼 마음 쓰지 않고서
사랑이라 말하지 마라
마음의 징표 하나 얻었다고 사랑이라 믿지 마라
그리움 참을 길 없어
맨발로라도 미친 듯 달려간 것이 아니었다면
그리워했단 말 남발하지 마라
그림자까지 말라가며 통곡할 때
심장 터지도록 아파해 주었던가
그가 슬픔에 마음 체온 뺏겨있을 때
홑이불만큼이라도 온기를 주었더냐
사랑을 위해 무엇을 했더냐
말 몇 마디 거들어 준 것 가지고
따스한 마음 조금 건넨 것 가지고
입 밖에 꺼낸 사랑의 말 푸석하다
사랑은 그가 내게 무엇을 해 줄 것인지를
기다리고 묻기 전에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끝없이 마음을 다하는 것이 아니냐
내게 무엇을 해주었느냐 라며
손익 계산을 따지는 사랑이라면
인생의 오선 위에 몇 음절의
사랑했다는 말 새기지 마라
그건 사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Magic Night / Mikis Theodorakis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감나무 / 김복수 (0) | 2018.09.09 |
---|---|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0) | 2018.09.09 |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0) | 2018.09.09 |
이슬 / 김정섭 (0) | 2018.09.09 |
갈대 / 신경림 (0) | 2018.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