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그렇게 저녁이 온다 이상한 푸른빛들이 밀려오는 그 무렵 나무들의 푸른빛은 극에 이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둠이 오기 전 너무나도 아득해서 가까운 혹은 먼 겹겹의 산 능선 그 산빛과도 같은 우울한 블루 이제 푸른빛은 더 이상 위안이 아니다 그 저녁 무.. 사랑 그리움 2019.10.06
물위에 쓴 詩 / 정호승 물위에 쓴 詩 / 정호승 사랑이여 그대가 그리워서 오늘도 냇가에 앉았습니다 흘러가는 물 위에 손가락으로 그대 고운 이름 석 자를 쓰고 사랑한다고 또 썼습니다 냇물이 흘러서 들을 적시고 강물이 되었다가 바다를 채운 뒤 구름으로 올라가 빗물이 되어 그대가 사는 곳에 떨어집니다 하.. 사랑 그리움 2019.09.30
사랑이란 / 양현근 사랑이란 / 양현근 키큰 나무와 키작은 나무가 어깨동무하듯 그렇게 눈 비비며 사는 것 조금씩 조금씩 키돋음하며 가끔은 물푸레나무처럼 꿋꿋하게 하늘 바라보는 것 찬서리에 되려 빛깔 고운 뒷뜨락의 각시감처럼 흔들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 계절의 바뀜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는 것 .. 사랑 그리움 2019.09.30
커피향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이효녕 커피향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이효녕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어 향긋한 커피향기로 바람처럼 날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날이 있다. 길 위에 떠 있는 하늘 구름위에 그리운 얼굴이 숨어 있다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여 예쁜 그림이 새겨진 커피 잔에 부어 탁자 위에 놓으면 하얀 김.. 사랑 그리움 2019.09.30
내 고요가 그대에게 닿아 / 이정하 내 고요가 그대에게 닿아 / 이정하 우물 속을 들여다보면 둥근 달이 하나 떠 있다 거울 속에는 환한 보름달 하나 가슴속에 품고 사는 내가 보인다 새들은 지저귐으로 고요와 정적을 깨트리고 사람들은 말로써 침묵을 깨트리지만 하늘의 별들은 소리없는 침묵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고요한.. 사랑 그리움 2019.09.30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 사랑 그리움 2019.09.15
바람막이 / 이정하 바람막이 / 이정하 짙은 안개,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분간도 못할 만큼. 내 삶의 절반 이상도 안개였다. 내생애 어느 한군데 마른 곳이 있었던가, 늘 안개에 젖어 지나온 것을. 춥다. 옷을 두껍게 껴입었는데도 자꾸 춥다면 마음이 추운 탓이리라. 신이 왜 겨울을 내려 주었을까. 그건 .. 사랑 그리움 2019.09.15
어느 가을에 보낸 편지 어느 가을에 보낸 편지 새벽부터 소슬한 가을비가 내립니다. 낙엽이 심란스럽게 휘날려 떨어지고 나면 머지않아 쌀쌀한 겨울이 다가오겠지요. 어제는 참으로 맑고 따듯한 햇살이 단풍을 울긋불긋 물들여서 좋았는데, 젊었을 때는 사소한 일에도 가슴 설레고 까닭없이 놀란 것처럼 두근.. 사랑 그리움 2019.09.09
그대와 헤어지고 / 이외수 그대와 헤어지고 / 이외수 그대와 헤어지고 겨울이 온다 영원으로 깊이 잠든 빙하기의 하늘을 지나 비어나간 내 관절 속으로 와서 우는 가느다란 유리새 울음소리 그대도 깨어 있을 지금은 새벽 두 시 빈 조롱 철사줄마다 뜬 눈으로 별들이 매달려 있다 (Reflections - Deuter) 사랑 그리움 2019.09.09
사랑은 마음으로만 그릴 수 있는 것 / 이정하 사랑은 마음으로만 그릴 수 있는 것 / 이정하 사랑은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또한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형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감으로는 도저히 그릴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 사랑에 대해 희미하게 눈뜰 때쯤.. 사랑 그리움 201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