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비 / 유안진 가을 밤비 / 유안진 쏘나타로 쏟아지는 가을밤비 소리 놋날로 맞고맞아 젖고 싶네 흐물어지도록 차겁게 떨며 떨며 속죄하고 싶어지네 지난 봄 붉게 꽃피운 죄 지난 여름 울울창창 녹음 우거졌던 죄 푸르딩딩 덜 빠진 때얼룩이도 탈색시켜 얼음 직전의 순수울음 인생을 울구싶네. (Rain - Bri.. 사랑 그리움 2019.11.17
가을 모퉁이에서 / 허태기 가을 모퉁이에서 청강 허태기 바람을 깨우는 가랑비에 바바리 깃을 세우고는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면서 덕수궁 돌담길을 호젓이 걸어가노라면 마음은 어느 듯 세월을 건너 젊은 시절의 낭만으로 비 뿌린 낙엽과 함께 촉촉이 스며든다 풋풋한 연정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어깨로 받.. 사랑 그리움 2019.11.17
가을 / 유안진 가을 /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 사랑 그리움 2019.11.17
가을엔 / 조태일 가을엔 - 조태일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돌아가게 하라.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가을바람 물들며 지나가듯 지상의 모든 것들 돌아가게 하라. 지난 여름엔 유난히도 슬펐어라 폭우와 태풍이 우리들에게 시련을 안겼어도 저 높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라. 누가 저처럼 영롱한 구슬을 뿌렸는가. 누가 마음들을 모조리 쏟아 펼쳤는가. 가을엔 헤어지지 말고 포옹하라. 열매들이 낙엽들이 나뭇가지를 떠남은 이별이 아니라 대지와의 만남이어라. 겨울과의 만남이어라. 봄을 잉태하기 위한 만남이어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떠나게 하라. 단풍물 온몸에 들이며 목소리까지도 마음까지도 물들이며 떠나게 하라. 다시 돌아오게, 돌아와 만나는 기쁨을 위해 우리 모두 돌아가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만나는 날까지 책장을 넘기거나, .. 사랑 그리움 2019.11.17
좋은 사람 / 노여심 좋은 사람 / 노여심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놓기만 해도 좋다. 차를 타고 그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나의 가슴엔 늘 우리들의 이야기가 살아있고 그는 그의 마을에서 나는 나의 마을에서 조용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쩌다 우연한 곳에.. 사랑 그리움 2019.11.11
코스모스 / 안희선 코스모스 / 안희선 다소곳한 얼굴 속눈썹 드리운 가슴은 오래 전에 일렁이는, 그리움 숨쉬는 공기마저, 향기가 된다 청초한 여인의 갸름한 목덜미를 타고, 한 송이 꽃이 된다 옷섶에 묻어있는 햇살마다 환한 사랑이 되어, 알알이 익어가는 어여쁜 가을이 된다 (Following The Footsteps - Isaac Shepa.. 사랑 그리움 2019.11.11
열여섯 가을에 / 복효근 열여섯 가을에 / 복효근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3년이 갔어. 멍하니 서 있는 네 가까이 내가 다가갔을 때 넌 먼 하늘에 눈길이 가 있었지. 등 뒤에서 가을 햇살은 비치고 내 그림자가 네 그림자에 겹쳐지는 걸 넌 몰랐지. 가슴과 가슴이 얼굴과 얼굴이 겹쳐져 하나가 되는 걸 넌 몰랐지. .. 사랑 그리움 2019.11.10
손님 / 박민수 손님 / 박민수 아들과 며느리와 어린 손주 둘이 한 차로 집엘 왔다. 몇 개월 만이다. 하룻밤 자고 손님처럼 그들은 또 제집으로 간다. 잘 가, 또 오너라. 부우웅 떠나는 찻소리 바람을 가르고 차창 밖으로 아이들이 흔드는 손짓 멀리 갈대처럼 나부낀다. 안녕히 계셔요. 또 올게요. 그래 .. 사랑 그리움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