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가을 모퉁이에서 / 허태기

대구해송 2019. 11. 17. 18:43


가을 모퉁이에서


                 청강 허태기



바람을 깨우는 가랑비에

바바리 깃을 세우고는

후두둑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면서

덕수궁 돌담길을 호젓이 걸어가노라면

마음은 어느 듯 세월을 건너

젊은 시절의 낭만으로

비 뿌린 낙엽과 함께 촉촉이 스며든다


풋풋한 연정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어깨로 받으면서

다정히 손을 잡고

내딛는 발자국에 사연을 새겨가며

눈빛으로 주고받던 수줍은 밀어들이

발끝을 스치는 낙엽 따라

몽글몽글 솟아난다


이제는 한낱 추억으로

망각의 강물을 표류하는 잔해처럼

세월의 저편으로

아득히 가라앉아 가는데

간간이 흩어지는 낙엽이 지난 세월을 들추듯

바람결에 묻혀 보도를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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