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바람막이 / 이정하

대구해송 2019. 9. 15. 22:48




바람막이 / 이정하

 

 

 

짙은 안개,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분간도 못할 만큼.

 

내 삶의 절반 이상도

안개였다. 내생애 어느 한군데

마른 곳이 있었던가,

늘 안개에 젖어 지나온 것을.

춥다. 옷을 두껍게 껴입었는데도 자꾸 춥다면

마음이 추운 탓이리라.

 

신이 왜 겨울을 내려 주었을까.

그건 아마도 서로 손잡고 살라는 뜻,

따스한 마음을 서로 나눠 가지라고.

 

그래, 이 혹독한 겨울에는

서로 바람막이가 되어야 하리.

내가 그의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는 것은

그또한 나의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는 것.

갈대 하나로는 서기 어렵지만

갈대들이 모이면

서로 기대어 설 수 있으므로.

 

그래야 쓰러지지 않고,

그래야 외롭지 않으므로.

  

  

  (All Is one - Ralf 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