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대구해송 2019. 10. 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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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 박남준

 

 

 

그렇게 저녁이 온다

이상한 푸른빛들이 밀려오는

그 무렵 나무들의 푸른빛은

극에 이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둠이 오기 전 너무나도 아득해서

가까운 혹은 먼 겹겹의 산 능선

그 산빛과도 같은 우울한 블루

이제 푸른빛은 더 이상 위안이 아니다

 

그 저녁 무렵이면 나무들의 숲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가지들로 부터

울려나오는 노래가 있다

귀기울이면 오랜 나무들의

고요한 것들 속에는 텅 비어 울리는 소리가 있다

 

그때마다 엄습하며 내 무릎을 꺾는

흑백의 시간의 것이 회한이라는 것인지

산다는 것은 이렇게도 흔들리는 것인가

이 완강한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나는 길들여졌으므로

그의 상처가 나의 무덤이 되었다

검은 나무에 다가갔다

첼로의 가장 낮고 무거운 현이 가슴을 베었다

텅 비어 있었다.

이 상처가 깊다

 

잠들지 못하는 검은 나무의 숲에

저녁 무렵 같은 새벽이

다시 밀려오는데

 

   


(Loving cello - Ralf Bach 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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