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이젠 목마른 젊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 찾고 헤매고 또 헤매이고 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누구나 보균하고 있는 사랑이란 병은 밤에 더욱 심하다. 마땅한 치유법이 없는 그 병의 증세는 지독한 그리움이다. 기쁨보.. 좋은글 좋은시 2016.07.28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걸 위해 다른 .. 좋은글 좋은시 2016.07.10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 최광림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 최광림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지치거든 창 밖을 내다 볼일이다 흘러가는 구름이나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눈길도 주어보고 지극히 낮은 보폭으로 바람이 전하는 말을 다소곳이 되뇌어도 볼일이다 우주가 넓다고는 하지만 손 하나로도 가릴 수 있어, 그 손에 .. 좋은글 좋은시 2016.07.10
길 / 마종기 길 / 마종기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 좋은글 좋은시 2016.07.03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 좋은글 좋은시 2016.06.24
마음 / 곽재구 마음 / 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 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군데입니다 작은 창 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진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 붓습.. 좋은글 좋은시 2016.06.19
삶 / 문무학 삶 / 문무학 ‘삶’이란 글자는 사는 일처럼 복잡하다. ‘살아감’이나 ‘사람’을 줄여 쓴 것 같기도 한데 아무리 글자를 줄여도 간단해지지 않는다 좋은글 좋은시 2016.06.19
너를 기억하다 / 윤성택 너를 기억하다 / 윤성택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모든 종료된 과거에 전구하나 켜 놓고 그 밝아오는 영역만큼 시간의 내력을 읽는 것 가느다란 필라멘트가 끊어지지 않았다면 기억이 환해질 때까지 마음을 보내보는 것이다 좋은글 좋은시 2016.06.19
엄마 걱정 / 기형도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 좋은글 좋은시 201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