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엄마 걱정 / 기형도

대구해송 2016. 6. 19. 21:13

엄마 걱정 / 기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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