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524

누구를 가장 사랑하나요?

누구를 가장 사랑하나요? 자녀 셋을 홀로 키우는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자기 집에 온 지인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자녀 셋 중 누구를 가장 사랑하나요?" 그러자 여인이 웃으며 지인에게 대답했습니다. "막내가 잠시 아팠을 때, 그때는 막내를 가장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둘째가 가출해서 방황했을 때, 그때는 둘째를 가장 사랑했고요. 마지막으로 큰 아이가 학교 성적과 이성 문제로 힘들어했을 때, 그때는 큰아이를 가장 사랑했답니다." 이것이 바로 부모의 사랑입니다. 부모는 항상 자녀와 고통을 함께 나눕니다. 자녀가 고통스러워할 때 그것을 사랑으로 끌어안는 사람이 바로 부모입니다.

좋은글 좋은시 2022.05.16

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자다 깨면 어떤 날은 방구석에서 소 같은 어둠이 내려다보기도 하는데 나는 잠든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벼보다가 공연히 슬퍼지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지금도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들에서 돌아오는 당신의 모자나 옷을 받아들면 거기서 나던 땀내음 같은 것 그게 삶의 냄새였을까 나는 농토가 없다 고작 생각을 내다 팔거나 소작의 품을 팔고 돌아오는 저녁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나는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는 곡식이든 짐승이든 늘 뭔가 심고 거두며 살았는데 나는 나무 한 그루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그런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

좋은글 좋은시 2022.05.10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 강물을 따라 흘러 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좋은글 좋은시 2022.05.09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깨끗한 ..

좋은글 좋은시 2022.05.09

라일락이 필 때 / 김설하

라일락이 필 때 / 김설하 따사로운 햇살 그러모아 연둣빛 이파리 짙어지고 터질듯한 심장에서 밀어낸 열꽃이 가지 끝에 무수히 터졌다 희디흰 햇살 바르고 보랏빛 꽃송이 일제히 일어나 사태지는 그리하여 내 긴 손가락에 걸린 셔터가 무진장 터지는 순간 아련한 추억들이 제몸 살라 스치는 바람에 멀리 저 멀리 향기 풀어져 동공에 꽃 커튼 드리우고 넋을 잃겠다 지나는 바람에도 가슴저려 추억을 재구성하는 눈꺼풀 떨며 지키지 못했던 푸른 언약 꽃으로 승화해 환하게 나부끼는 오래 꽃그늘 아래 발목 붙들려 눈물겹다

좋은글 좋은시 2022.04.26

노년(老年)에도 바람은 분다

노년(老年)에도 바람은 분다 80년 전에 쓴 짧은 수필(청춘/새무얼 울먼) 한 편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將軍)’이 이 수필을 자주 인용했다고 하며 일본의 기업인들에게 생활철학의 토대가 되고 높은 생산성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한다. ‘새뮤얼 울먼’은 1840년 독일(獨逸)에서 태어나 소년시절에 미국으로갔다. 그는 남북전쟁에 참가한 뒤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 정착했다. 그는 철물상을 경영했지만 항상 사회에 대한 봉사하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뜻은 그가 죽은 후 오늘날까지 실천되고 있다. 이것은 70代에 글을쓰기 시작한 사람으로서는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 "젊음"은 ‘울먼’이 81회 생일에 펴 낸 "일생의 정점에 서서"라는 책(冊) 머리에..

좋은글 좋은시 2022.04.21

멋지게 늙고 싶습니다

멋지게 늙고 싶습니다 진정 멋지게 늙고 싶지 않은 노인은 없을 것입니다. 멋지게 늙는 것이 어떤 것입니까? 우선 몸과 정신이 건강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년생활에 크게 부족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이고 개성 있는 생활을 마음 편하고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흥을 만들어 감사하고 사랑하며 후회 없이 모범으로 사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것을 준비하고 고운 마음을 가지면 욕심없이 멋지게 늙어갈 수 있습니다. 늙어서 건강과 풍요를 누리며 자주적으로 흥겹게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 할 수 없는 것이 멋지게 늙고 싶은 것입니다. 몸이 부실하거나 넉넉하지 못해도 삶을 다하는 날까지 멋지게 늙고 싶은 마음은 버릴 수 없습니..

좋은글 좋은시 2022.04.21

그냥

그냥 사람이 좋아지는 백만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멋진 이유를 꼽으라면 "그냥"을 꼽겠습니다.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헐렁한 이유 "그냥" 을 꼽겠습니다. 논리와 과학이 개입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멋진 이유 "그냥" 을 꼽겠습니다. 이유가 아닌 이유 "그냥" 을 꼽겠습니다 "왠지 그냥 좋다"라는 말이 나는 그냥 좋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딱 부러진 이유가 꼭 있어야 할까요? 그냥 좋으면 안 되는 걸까요? 그냥은 "아무 이유 없이" 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설명할 수 없다" 는 뜻이기도 하지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만든 언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의 그 복잡 다단한 감정을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태..

좋은글 좋은시 2022.04.21

우리 앞에 남은 세월

우리 앞에 남은 세월 푸른 잎도 언젠 가는 낙엽이 되고 예쁜 꽃도 언젠 가는 떨어 지지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오늘 이 시간도 다시 오지 않습니다 영웅호걸 절세가인도 세월 따라 덧없이 가는데 우리에게 무엇이 안타깝고 미련이 남을까요 누구나 그러하듯이 세월이 갈수록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고 남은 사람들 마저 세상과 점점 격리되어 외로워 집니다 이별이 점점 많아져 가는 고적한 인생 길에 서로 서로 안부라도 전하며 마음 함께하는 동행자로 인하여 쓸쓸하지 않은 나날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나이 들어 외롭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사는데 활력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대안입니다 세월 앞에 누구도 예외는 없습니다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좋은 시간 보내야 합니다 아껴 쓰면 20년...대충 쓰면 10년...

좋은글 좋은시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