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 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를 가장 사랑하나요? (0) | 2022.05.16 |
---|---|
아버지가 보고 싶다 / 이상국 (0) | 2022.05.10 |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0) | 2022.05.09 |
라일락이 필 때 / 김설하 (0) | 2022.04.26 |
노년(老年)에도 바람은 분다 (0) | 202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