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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대구해송 2022. 5. 9. 21:26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 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 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