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이 필 때 / 김설하
따사로운 햇살 그러모아
연둣빛 이파리 짙어지고
터질듯한 심장에서 밀어낸 열꽃이
가지 끝에 무수히 터졌다
희디흰 햇살 바르고
보랏빛 꽃송이 일제히 일어나 사태지는
그리하여 내 긴 손가락에 걸린
셔터가 무진장 터지는 순간
아련한 추억들이 제몸 살라
스치는 바람에 멀리 저 멀리 향기 풀어져
동공에 꽃 커튼 드리우고 넋을 잃겠다
지나는 바람에도 가슴저려
추억을 재구성하는 눈꺼풀 떨며
지키지 못했던 푸른 언약
꽃으로 승화해 환하게 나부끼는
오래 꽃그늘 아래 발목 붙들려 눈물겹다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0) | 2022.05.09 |
---|---|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0) | 2022.05.09 |
노년(老年)에도 바람은 분다 (0) | 2022.04.21 |
멋지게 늙고 싶습니다 (0) | 2022.04.21 |
그냥 (0) | 202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