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이 지나가네 / 박정대 내 청춘이 지나가네 / 박정대 내 청춘이 지나가네 말라붙은 물고기랑 염전 가득 쏟아지는 햇살들 그렁그렁 바람을 타고 마음의 소금 사막을 지나 당나귀 안장 위에 한 점 가득 연애편지만을 싣고 내 청춘이 지나가네, 손 흔들면 닿을 듯한 애틋한 기억들을 옛 마을처럼 스쳐 지나며 아무.. 좋은글 좋은시 2017.12.24
어느 오후 / 유영호 어느 오후 / 유영호 비오는 창밖엔 바람만 분주하다 전화기도 입을 다문 사무실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똑 똑 똑 손기척소리 늙수그레한 얼굴이 들어선다 고무장갑 수세미 등을 파는 남자 막 입에 들어가던 라면가닥이 같이 먹자며 인사치레를 한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고맙다.. 좋은글 좋은시 2017.12.24
만약이라는 약 / 오 은 만약이라는 약 / 오 은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라면 지하철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바지에 커피를 쏟지 않았더라면승강기 문을 급하게 닫지 않았더라면 내가 시인이 되지 않았다면 채우기보다 비우기를 좋아했다면 대화보다 침묵을 좋아했다면 국어사전보다 그림책을 좋아했다면 새벽.. 좋은글 좋은시 2017.12.24
웃음의 魔力(마력) 웃음의 魔力(마력) 웃음은 魔力(마력)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웃을 일이 있어서 웃으면 좋겠지만 웃을 일이 없어도 괜히 微笑(미소)를 짓고 거짓 웃음을 웃더라도 우리 몸은 좋은 일이 있어서 웃는 것으로 알고 몸이 反應(반응)을 해서 엔돌핀(endorphin)을 生成(생성)한다고 합니다. 웃을 일이.. 좋은글 좋은시 2017.12.24
동지 다음날 / 전 동균 동지 다음날 / 전 동균 1 누가 다녀갔는지, 이른 아침 눈 위에 찍혀 있는 낯선 발자국 길 잘못 든 날짐승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한 그 발자국은 뒷마당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와 문 앞에서 한참 서성대다 어디론가 문득 사라졌다 2 어머니 떠나가신 뒤, 몇 해 동안 풋감 하.. 좋은글 좋은시 2017.12.23
울 아부지의 긴 겨울 / 김정섭 ***내 아버지의 긴 겨울 -김정섭- 가난하여 늘 배고프던 내 어린 시절, 울 아부지는 마당에 쌓이는 눈을 아무런 말도 없이 한참을 바라보시곤 하셨지 이제야 생각해 보니 저것이 쌀이라면, 저것이 쌀이라면, 배고픈 내 새끼들, 배고픈 내 새끼들, 그리하셨을 것만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 좋은글 좋은시 2017.12.23
난로가에서 / 조병화 난로가에서 / 조병화 난로가에 훌훌 소리를 내며 불꽃을 피우고 있다 ​피어오르는 불꽃은 작은 열을 내며 언 마음을 풀어준다 ​늙어 갈수록 가난해지는 마음 외로워지는 마음 그리워지는 마음 허전해지는 마음 텅, 비어가는 마음 ​약해질대로 약해진 마음 가랑잎처럼 애련해.. 좋은글 좋은시 2017.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