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725

행여 영영 올 수 없더라도 / 이정하

행여 영영 올 수 없더라도 / 이정하      오늘 오지 못한다면내일 오십시오.내일도 오지 못한다면그 다음날 오십시오.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루한 줄 모르는 것은바로 당신을 기다리기 때문이지요.행여 영영 올 수 없더라도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다만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행복인 나에게.    (I'd Love You To Want Me - LoBo)

사랑 그리움 2019.04.21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나도 봄산에서는나를 버릴 수 있으리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남은 생도 벅차리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무엇을 내 손에 쥐고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눈뜨리눈을 뜨리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To Dori / Stamatis Spanoudakis

사랑 그리움 2019.04.21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사랑 그리움 201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