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유리창을 닦으며 / 문정희

대구해송 2019. 5. 12. 16:50

유리창을 닦으며 / 문정희

누군가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 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 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 들이되

자신은 그림자 조차 드러내지 않는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린다.

        - 시집 <별이뜨면 슬품도 향기롭다>(1992)



문정희: 1947년생, <문정희시집>,<새떼>,<혼자무너지는 종소리> 등



유리는 뜨거운 불로 꿈을 태우고 영혼을 살라 만든

뜨거운 그리움의 결정체 입니다.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만 자신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유리처럼

사랑이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오랫동안 내면화 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스마트폰으로 바로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어

즉각 호출을 하던가 마음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유리처럼 내면화된 그리움이 더깊은 사랑을 이룰 수 있지는 않을런지요?



 출처: 한국현대시108<현상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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