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차 한잔하시렵니까 / 오광수

대구해송 2019. 5. 12. 19:25




차 한잔하시렵니까 / 오광수

 

 

 

차 한잔하시렵니까?

유난히 커피를 좋아하시기에

제 혼자 마시기가 미안합니다.

 

헤즐럿 커피 향내가 나면

당신의 차 안에서 풍겼던 방향제 생각이 납니다.

 

설탕은 꼭 한 스푼!

아직 커피맛을 모른다고

쑥스러워하며 웃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커피잔을 두 손으로 꼭 감싸쥐고는

전해오는 따뜻함이 좋다 하시며 눈을 사르르 감을 때

"유난히 긴 속눈썹이구나!"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는 입가에 묻은 거품을

혀 한번 입술로 두 번

그리고 냅킨으로 닦으시던

특이한 습관도 그때 알았습니다.

 

무슨 이야기들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지금은 당신의 모습만 떠오를 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당신의 모습 속에 잠겨있었던 모양입니다.

 

오늘도 그때와 같이

고운 햇살 내려앉는 그 찻집에서

그때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차 한잔하시렵니까?

  


(Rainy Night In A Romantic - Winty Wan)


 


     

  

                            


'사랑 그리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를 위하여 / 안도현  (0) 2019.05.12
기다림의 등불 하나 걸어두고 / 박성철  (0) 2019.05.12
기도 / 김옥진  (0) 2019.05.12
유리창을 닦으며 / 문정희  (0) 2019.05.12
기다림 / 모윤숙  (0) 2019.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