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 / 양성우 기다림의 시 / 양성우 그대 기우는 그믐달 새벽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변의 밤, 떨어져 쌓인 흰 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 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 어디쯤 가까이 와서 소리 없이 모닥.. 좋은글 좋은시 2017.07.23
짝사랑 / 김기만 짝사랑 / 김기만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환한 봄날 꽃길을 거닐다가 플라타너스 그늘 길을 따라 걷다가 은행잎 떨어지는 아스팔트를 밟다가 겨울비 오시는 하늘 아래에서도 스쳐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만나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네. 그저 온종일 기다려도 좋을 아름다.. 좋은글 좋은시 2017.07.23
비와 인생 / 피천득 비와 인생 / 피천득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업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 좋은글 좋은시 2017.07.19
어떤 풍경 / 최승자 어떤 풍경 / 최승자 고요한 서편 하늘 해가 지고 있습니다 건널 수 없는 한 세계를 건넜던 한 사람이 책상 앞에서 시집들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가 읽는 詩의 행간들 속에서 고요가 피어 오릅니다 그 속에 담겨있는 무상의 時間性 (어떤 사람이 시간의 詩를 읽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 좋은글 좋은시 2017.07.16
여름날 / 김사인 여름날 / 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탉은 고질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 좋은글 좋은시 2017.07.16
여름 속으로 / 윤수천 그림/장용길 여름 속으로 / 윤수천 돌아가고 싶다 뜨거운 폭양 속으로 피라미떼 하얀 건반처럼 뛰어놀던 그 시냇물 악동들 물장구치던 그 여름 속으로 뜨거운 맨살의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악동들 다시 불러모아 온 산천을 발칵 뒤집어놓고 싶다 매미들도 불러다가 한바탕 축제를 열고 .. 좋은글 좋은시 2017.07.16
난을 치며 / 손병흥 난을 치며 / 손병흥 답답한 날이면 짓무른 생존 살냄새 한사코 어깨쭉지 물고 모서리 닮은 모국어 사전 속으로 누렇게 퇴색한다. 쉬임없는 투명한 영원 하늘 솟아 올리며 허약한 지혜 솜털 구름 흩어져 수묵화 처럼 한 점 산 물 되고 한 획 나무 바위 되어 자연속 담긴 심산유곡 무아 선경 .. 좋은글 좋은시 2017.07.16
사랑의 힘 / 칼릴 지브란 사랑의 힘 / 칼릴 지브란 드디어 이 깊은 갈증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삶의 달콤함과 쓰라림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것이었습니다 그 목마름은 만족스러운 침묵과 애정의 한숨을 하나로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의 영광조차 그 염원을 이길 수 없었으며 세월 또한 그 흔적을 지.. 좋은글 좋은시 2017.07.07
그리움 / 신달자 그리움 / 신달자 찾아낼 수 없구나 문닫힌 방안에 정히 빗은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 이는 뼈속 깊이깊이 잠든 바람도 이밤 깨어나 마른 가지를 흔들어 댄다 우주를 돌다돌다 내 살갗 밑에서 이는 바람 오늘밤 저 폭풍은 누구의 미친 그리움인가 아 누구인가 꽁꽁 묶어 감추었던 열길 그 속.. 좋은글 좋은시 2017.07.07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다 / 서정윤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다 / 서정윤 기다린다. 죽음을 위해 손 내밀지 않으며 목숨을 지키려고 애걸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 눈이 내릴 것을 알고 기다리며 설익은 나를 흔드는 바람에 버티고 섰다. 그래 아직도 기다린다. 이미 정해진 인연의 '그'라면 햇살 따가운 .. 좋은글 좋은시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