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류시화 나비 / 류시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 좋은글 좋은시 2017.08.06
언제인가 한 번은 /오세영 언제인가 한 번은 /오세영 우지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처럼 마른 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 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 좋은글 좋은시 2017.08.06
물빛 / 마종기 물빛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영혼들을 한 개.. 좋은글 좋은시 2017.08.06
아름다운 사람 / 이성선 아름다운 사람 / 이성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아름다운 사람은 없다.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악기가 되어온다.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 좋은글 좋은시 2017.08.06
아름다운 사람 / 박재삼 사진; bluepoppy님 사진; bluepoppy님 아름다운 사람 / 박재삼 바람이 부는 날은 별들이 갈대로 쓸리고 있었다. 강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아름다운 사람아. 달이 높이 뜬 날은 별들은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얼어붙은 강을 보며 고개 숙인 아름다운 사람아. (박재삼·시인, 1933-1997) 좋은글 좋은시 2017.08.06
비 오는 날의 수채화 / 안성란 그림: 박혜라 화가 비 오는 날의 수채화 / 안성란 빗방울 떨어지는 거리에 평온함이 흐르고 물안개 자욱한 산자락 풀꽃이 고개를 들면 빗물에 젖어가는 흙냄새는 당신을 생각하게 합니다. 거리 거리마다 부드러운 모카 커피 향기가 퍼지고 매혹적인 빗소리로 첼로가 음악을 켜면 유리벽 .. 좋은글 좋은시 2017.08.02
바람이여 / 서정윤 바람이여 / 서정윤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 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 하니 지나가 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 돌려줄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좋은글 좋은시 2017.08.02
우우, 널 버리고 싶어 / 최승자 우우, 널 버리고 싶어 / 최승자 식은 사랑 한 짐 부려놓고 그는 세상 꿈을 폭파하기 위해 나를 잠가 놓고 떠났다. 나는 도로 닫혀있다. 비인 집에서 나는 정신이 아프고 인생이 아프다. 배고픈 저녁마다 아픈 정신은 문간에 나가 앉아, 세상 꿈이 남아 있는 한 결코 돌아오지 않을 그의 발자.. 좋은글 좋은시 2017.07.30
꽃잎의 사랑 / 이정하 ​ ​꽃잎의 사랑 / 이정하 내가 왜 몰랐던가, 당신이 다가와 터​뜨려 주기 전까지는 꽃잎 하나도 열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내게 있던 건 사랑이 아니니 내 안에 있어서는 사랑도 사랑이 아니니 ​ 아아 왜 몰랐던가​ , 당신이 와서야 비로소 만개할.. 좋은글 좋은시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