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생 / 신달자 벼랑 위의 생 / 신달자 너무 늦게 왔다 정선 몰운대 죽은 소나무 내 발길 닿자 드디어 마지막 유언 같은 한 마디 던진다 발 아래는 늘 벼랑이라고 몸서리치며 울부짖는 나에게 몇몇 백년 벼랑 위에 살다 벼랑 위에서 죽은 소나무는 내게 자신의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 주고 싶었나 봐 죽음.. 좋은글 좋은시 2018.06.22
호수 / 홍수희 호수 / 홍수희 먼 길이었네 네게 가는 길 너를 찾아 길을 나설 때마다 늘 낯선 그 길이어서 가는 길 고달프고 외로웠지만 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그리움도 내게는 병인 까닭에 열 펄펄 끓는 이마로 너를 찾았네 찾으면 네가 거기 있었네 내 눈 속을 네가 들여다보네 네 눈 속을 내가 들.. 좋은글 좋은시 2018.06.22
나 이 / 류시화 At the Mirror - Edgar Degas(1834-1917) 나 이 / 류시화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물었지 세월 속에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보고 난 뒤 내 이마의 주름살들을 보고 난 뒤 난 그에게 대답했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사실 난 아무것도 세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는.. 그가 나에게 말.. 좋은글 좋은시 2018.06.22
맹인의 등불 맹인의 등불 맹인 한 사람이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손에 등불을 든 채 걸어오고 있습니다. 마주 오던 한 사람이 물어 보았습니다. 앞을 볼 수 없는데 등불을 왜 들고 다닙니까? 맹인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제게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요. 이 등불은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일본.. 좋은글 좋은시 2018.06.10
노을에게 / 허윤정 노을에게 / 허윤정 바람은 꽃도 피워 주며 사랑의 애무도 아낌없이 하였다 잠시잠깐 떨어져 있어도 살 수 없다던 너 작은 일에도 토라져 버린다 이렇게 해지는 오후면 노을은 후회처럼 번지고 새들은 슬픈 노래로 자기 짝을 찾는다 이대로 영원일 수 없다면 우리 어떻게 이별할 수 있을까.. 좋은글 좋은시 2018.06.09
세월 / 허윤정 세월 / 허윤정 까치 한 마리 비젖은 전신주에서 울고 있다 서럽게 가버린 날들도 그리움으로 울고 있다 나르시스여 너는 시들은 꽃잎 속에 지워 버린 눈물이다 죽은 자와 산 자를 가르는 세월의 앙금 속에 한 가닥 슬픔을 흉내내듯 풍향기는 날개 끝에 돌아간다 바람은 저쪽으로 불다가 .. 좋은글 좋은시 2018.06.09
사람이 풍경이다 / 허영숙 사람이 풍경이다 / 허영숙 꽃 시장에는 사람보다 꽃이 더 많다 사람이 꽃을 품은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을 품고 있다 자세히 보면 꽃도 사람을 살핀다 꽃 가까이서 향기를 맡으려 할 때는 조심하시라 사람이 꽃의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꽃이 사람의 향기를 맡는 것이므로 꽃눈을 열어 .. 좋은글 좋은시 2018.06.09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 좋은글 좋은시 2018.06.09
우리에게는 세가지 눈이 필요합니다 "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 우리에게는 세가지 눈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자기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남을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게 무엇을 .. 좋은글 좋은시 2018.06.03
창가에서 / 이정하 창가에서 / 이정하 비갠 오후 햇살이 참 맑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세상이 왜 그처럼 낯설게만 보이는지 그대는 어째서 그토록 순식간에 왔다 갑니까. * 창가에서 / 이정하 햇살이 참 맑았다. 네가 웃는 모습도 그러했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바라만보고 있겠다는 뜻은 아.. 좋은글 좋은시 201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