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지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전,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 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