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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이름 하나 / 최수월

가슴에 묻은 이름 하나 / 최수월 한때 열병처럼 앓았던 그리운 이름 하나 아주 보낼 수 없어 가슴에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가슴에 묻어 두고 아주 가끔 이라도 부르고 싶을 때 부르려고 가슴에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아주 보내고 혼자여서 외롭기보다는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는 없지만 가슴에 묻어 두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면 덜 외로울 것 같아 가슴에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영원히 가슴에 살고 있을 그리운 이름 하나 그래서 덜 외로울 것입니다.

사랑 그리움 2023.01.05

그리움으로 사는 날들 / 이효녕

그리움으로 사는 날들 / 이효녕 아침마다 까치의 울음소리와 더불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게 살며시 오는 그리움 하루를 시작하면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하루를 반갑게 여는 마음 당신의 모습을 그리움으로 열고 편안하게 당신을 생각하는 날입니다 서로가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일로 꿈에서조차 내 곁에 꽁꽁 묽어 두어야 하는지 그대 생각에 젖은 오늘은 사랑의 원점조차 모두 그리움이 됩니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당신의 모습은 온 종일 내 마음 위로 걸어다니고 그도 모자라 꿈길에 넘어지면서까지 찾아들어 별빛 아래 무수한 꽃밭을 이루는 밤 그래도 오늘만큼은 사랑을 아름다워 하는 날입니다.

사랑 그리움 2022.12.19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사랑은 싸우는 것 / 안도현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위위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 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

사랑 그리움 2022.12.18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서재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 서재순 평범한 연인들처럼 팝콘을 나누어 먹으며 영화를 보고 고속버스의 호젓함과 기차의 떠들썩함을 즐기며 하룻동안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쓸쓸함의 석양을 본다던 어린왕자의 흉내도 내보고 언젠가 없어질 거라던 협괴열차도 타며 이 기분 그대로 첫눈오는날 만나자는 약속도 했습니다 우린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고양이 세수를 한다는 얘기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무라기도 했고 수염이 잘 안나 일주일에 한번씩밖에 면도를 안한다는 말에 남자도 아니라며 웃음을 참지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하고 싶었던 하지만 당신과 하고 싶었던 일이 더 많았습니다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 낀채 안장이 두개인 자전거를 같이 타..

사랑 그리움 2022.11.23

더러는 잊힐지라도 / 이준호

더러는 잊힐지라도 / 이준호 더러는 잊힐지라도 서러워하지 말자 애초 우리네 머리 속은 하얀 고요함 뿐이었지 않은가 가끔씩 소중한 것들이 바람소리를 내며 떠나간다 해서 허전함에 울부짖지 말자 어쩌면 잊힌다는 것은 가슴 뛰도록 아름다운 일인지 모른다. 잊혀져 간다는 것은 한때 고이고이 뇌리에 사무쳐 몇 날 며칠을 소중한 것으로 살아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의 가슴 속에 자그마한 열정으로 살아 한 떨기 가슴 벅찬 꽃으로 피었다가 뿌리 끝이 흔들리는 그런 날 가벼운 인사 몇 마디 눈빛으로 나누고는 살며시 그리움 두고 떠나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누군가 기억하는 하늘이 마르고 시들 때면 잊히어도 괜찮다 하자 새까맣게 그을리고 부서져 더는 기억해내지 못할지라도 한때는 간절한 소망, 가슴에 끌어안듯..

사랑 그리움 2022.11.23

슬픔까지 사랑하고픈 이에게 / 이용채

슬픔까지 사랑하고픈 이에게 / 이용채 우리가 어떤 사람의 슬픔까지 사랑한다는 건 그 슬픔으로 인한 가슴 아픔이 아니라 그가 느끼고 있는 슬픔을 나도 느끼고 있다는 마음일 거다 사랑은 이렇듯 같이 느끼는 것 느낀다는 건 언제나 가슴의 일 해서 우리들은 설레이는 가슴에 귀를 기울이며 산다 사랑은 언제나 소녀의 가슴 세월이 흐르고, 많은 사람과 만나고 또 헤어졌어도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면 다시 소녀의 가슴이 된다 세상에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흔하다 할지라도 아름다운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로 어려운 일이리라.

사랑 그리움 2022.11.23

가을의 노래 / 김대규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 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 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자라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 ​ ​

사랑 그리움 2022.11.23

머나먼 동행 / 홍수희

머나먼 동행 / 홍수희 오늘은 나뭇가지 끝에 바람이 매서워요 그 매서움 끝으로 시퍼렇게 날을 세운 슬픔이 가슴께를 콕콕 쑤시고 지나가요 별보다 멀리 사는 그대여, 그대가 거기서 아프면 내가 여기서 아프고 내가 여기서 흐뭇하면 그대가 거기서 흐뭇해요 카시오페이아자리보다도 페가수스자리보다도 머나먼 곳에 사는 그대여, 아프지 마오

사랑 그리움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