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 김현승
순수 / 김현승 만일 이 강물과 저 평야와 산들이 모두 금은보석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때는 한 줌의 흙을 얻기 위하여 사람들은 오늘과 같이 싸웠을 것이다. 만일 이 거리와 저 마을들이 모두 화려한 주랑으로 두른 궁전이었다면, 그제는 한 작은 오막살이를 위하여 저녁 노을은 더욱 아름답게 저 언덕에서 빛났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저 별 위에 깃드는 사람들이라면, 이처럼 산만한 우리들의 지구도 거기서는 진주보다도 견고하게 빛났을 것이다. 가치란 무엇인가, 결핍에서 오는 것인가? 순수란, 자기의 처지와 동포의 문제를 한 줌의 흙을 사랑하듯, 씨를 뿌리며 꽃나무를 가꾸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