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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보석, 신안천사섬 - 흑산도 손암 정약전의 길

서해의 보석, 신안천사섬 - 흑산도 손암 정약전의 길 흑산성당은 손암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 온 지 153년이 지난 1958년에 건립됐다. 예리항과 흑산도 주변 섬들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해변 몽돌을 자재로 사용한 아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성당이다. 건축사적으로도 의미를 지닌 건물로 2019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흑산성당은 공소가 6개나 된다. 2005년 기준 흑산도 주민의 36.4%가 천주교인이었다. 어느 곳보다도 천주교 주민 비율이 높다. 섬 주민의 존경을 받던 손암의 삶과 정신은 흑산도에서 천주교의 홀씨를 퍼뜨리는 데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구제품 신자도 있었다. 가톨릭 구제회는 전후 빈궁에 찌든 흑산도 주민들에게 의약품 밀가루 같은 구제품을 보급했다. ▲ 예리항과 주변 섬들이 ..

여행 2023.12.22

안동 세번 놀래킨 '종지기 죽음'…성탄절, 만나야할 이 사람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하면 안동의 작은 예배당과 녹슨 종탑이 눈에 밟힌다. 새벽마다 60번 넘게 종을 쳤던 한 사람, 그 병든 종지기의 딱하고 독했던 삶을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권정생(1937~2007)이다. 마을 교회에서는 종지기 아저씨였고, 동네에서는 “억수로 착한 사람”이었고, 한국 문학사에서는 밀리언셀러를 생산한 최초의 동화작가였던 사람. 50년 넘게 병마와 싸웠고 40년 넘게 오줌 주머니를 차고 살았던 사람. 평생 가난하게 살았는데, 죽고서 보니 10억원을 모아놨던 사람. 그 큰돈을 아이들이 책을 사서 생긴 돈이니 아이들에게 돌려주라고 말하고 떠난 사람.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를 찾았다. 이번에는 길벗이 있었다. 스무 살 갓 넘은 대..

카테고리 없음 2023.12.22

12월 떠나기 좋은 여행지

12월 떠나기 좋은 여행지 어느새 2023년이 몇 날 남지 않았다. 연말이면 늘 그렇듯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데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한 동장군의 위세까지 더해져 더욱 싱숭생숭한다. 이럴 때 복잡한 머리 속과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할만한 나들이가 좋다. 새해 전망이 좋을 것만 같은 소망을 껴안고 여행을 떠나보자. 올해 마지막 달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가 그런 전국 명소들을 모은 ‘전망 좋을 여행’이다. ● 그림같은 겨울바다 ‘울진 등기산스카이워크’ (경북 울진군 후포면 울진대게로) 2018년에 개장한 등기산스카이워크는 총 길이 135m다. 발아래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화유리 구간만 57m이고 높이는 20m다. 스카이워크 중간쯤에 한 가지 소원..

여행 2023.12.22

순수 / 김현승

순수 / 김현승 만일 이 강물과 저 평야와 산들이 모두 금은보석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때는 한 줌의 흙을 얻기 위하여 사람들은 오늘과 같이 싸웠을 것이다. 만일 이 거리와 저 마을들이 모두 화려한 주랑으로 두른 궁전이었다면, 그제는 한 작은 오막살이를 위하여 저녁 노을은 더욱 아름답게 저 언덕에서 빛났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저 별 위에 깃드는 사람들이라면, 이처럼 산만한 우리들의 지구도 거기서는 진주보다도 견고하게 빛났을 것이다. 가치란 무엇인가, 결핍에서 오는 것인가? 순수란, 자기의 처지와 동포의 문제를 한 줌의 흙을 사랑하듯, 씨를 뿌리며 꽃나무를 가꾸는 마음

좋은글 좋은시 2023.12.04

흔적 / 서정윤

흔적 / 서정윤 밤을 꼬박 세워 바람 소리를 들었어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던 나머지 슬픔들도 곧 도착할 거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해 주지 않은채 자신의 일들로 바빴어 반짝이는 나뭇잎에 다가가 말을 걸어도 햇볕이 필요하다는 대답뿐 내가 왜 우울한지는 묻지도 않았어 모든 변하는 것들 속에서 서서히 옅어지는 기억들 잊혀지는 게 싫어 창을 열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어 있었어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인정해도, 숨겨진 연결 고리 하나라도 있었으면, 원했지 영원히 나만 알고 있을 비밀들로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 가장 힘든 걸 말해 버리라고 자꾸 유혹하지만 그럴 만한 용기도 없어 나에게 남은 너의 흔적을

사랑 그리움 202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