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하면 안동의 작은 예배당과 녹슨 종탑이 눈에 밟힌다. 새벽마다 60번 넘게 종을 쳤던 한 사람, 그 병든 종지기의 딱하고 독했던 삶을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권정생(1937~2007)이다. 마을 교회에서는 종지기 아저씨였고, 동네에서는 “억수로 착한 사람”이었고, 한국 문학사에서는 밀리언셀러를 생산한 최초의 동화작가였던 사람. 50년 넘게 병마와 싸웠고 40년 넘게 오줌 주머니를 차고 살았던 사람. 평생 가난하게 살았는데, 죽고서 보니 10억원을 모아놨던 사람. 그 큰돈을 아이들이 책을 사서 생긴 돈이니 아이들에게 돌려주라고 말하고 떠난 사람.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를 찾았다. 이번에는 길벗이 있었다. 스무 살 갓 넘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