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철길따라 끊어진 삶의 흔적, 발길따라 이어진 자연의 족적

대구해송 2023. 6. 16. 23:27

영서와 영동이 고갯마루에서 만나는 '운탄고도 트레킹 7길'의 출발점에는 순직산업전사 위령탑이 자리잡고 있다.

운탄고도는 과거 석탄을 나르던 산업로를 이르는 말로, 폐광지역인 태백시와 삼척시, 영월군, 정선군 등 4개 지역의 예술과 역사, 문화가 살아있는 길을 표방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전국관광기관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친환경 추천 여행지'에 선정되는 등 '한국의 산티아고길'로 불리고 있다.

그 가운데 7길은 1960~197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된 석탄산업전사들의 넋을 기리는 것에서 길의 순례가 시작된다.

1975년 11월 태백시 황지동에 조성된 산업전사 위령탑과 공원은 옛 삼척군(현재 태백·삼척·동해) 내 400여개

광산에서 석탄을 생산하던 중 각종 사고로 순직한 탄광 근로자들의 영령을 봉안하고 위로하는 곳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걷던 발걸음은 태백과 삼척 도계의 경계인 통리고개에서 다시 빨라진다.

통리역 오로라파크를 비롯해 미인폭포와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유리나라&나무나라 등 색다른 즐길거리, 볼거리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자연과 문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내 안의 나와 만나는 것이다. 새로움과 스릴, 감동이 결국 나를 변화시키고, 삶의 강한 에너지를 선물한다.

옛날 열차가 뒤로 운행하는 스위치백 구간에 있던 나한정역을 지나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거의 다 내려오면 흥전 삭도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동 사택과 신 사택 사이에 조성된 흥전 삭도마을은 2019년 삼척시에서 석탄산업과 연계한 관광자립형 마을로 조성한 곳이다.

1940년부터 1991년까지 석탄광인 흥전항에서 생산된 석탄을 가공삭도로 도계역까지 2.3㎞ 가량 운반하던 시설을 모형으로 보여주고 있다. 삭도마을 내 옛 구동사택 자리엔 유리공예체험장이 조성돼 있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유리 소품을 만들어보는 재미있는 경험도 체험할 수 있다.

종점인 도계역 주변에는 석탄 증기차에 물을 공급해 주던 급수탑과 석공 도계광업소의 석탄을 모아둔 저탄장이 자리하고 있다.

물탱크 용량은 26t, 바닥 면적은 16㎡, 하부 둘레는 14.2m이다. 높이는 8m로 다른 급수탑에 비해 낮은 편인데 이는 철로 면보다 4m 높은 곳에 설치해 적정 수압을 얻어낼 수 있도록 높이를 조절한 것으로, 지형을 고려해 급수탑의 높이를 조절한 독특한 사례이다. 이 같은 이유로 200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급수탑이 있는 마을을 까막동네라고 불렀다. 가공삭도와 화물차의 석탄가루가 날려서 집의 지붕과 벽이 새까맣게 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직산업전사위령탑에서 출발한 7길은 석탄 운반을 위해 설치한 다양한 철도시설과 가공삭도 유산을 보여주고, 탄가루와 함께 살았던 까막동네 사람들과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옛날 광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체험 삶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인폭포

미인폭포가 있는 곳은 삼척과 태백 경계에 있는 통리협곡이다. 이곳은 공룡이 살던 백악기 중생대부터 쌓인 퇴적층이 수천만년동안 풍화 작용에 의해 깎이면서 생성된 폭포이다. 생성과정이나 지질환경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비슷해 한국판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질학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지, 규모가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닮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명심하자. 통리협곡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어 미인폭포와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폭포 주변이 늘 그렇고 해발 700m 안팎에 위치해 있는 탓에 평소 안개나 구름이 끼는 날이 많다

하지만 미인폭포는 이 부분이 감상 포인트라 할 만 하다. 이 곳은 다른 산중 폭포와 달리 산 정상 부근으로 도로가 이어지고 있어 정상부에서 차에서 내린 다음 약 500m 걸어내려가야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 하이원추추파크

이 곳은 국내 유일 철도산업 유산인 스위치 백 폐철로를 활용한 이색적인 철도 체험형 관광리조트가 있다.

하이원 추추파크는 지그재그 철도인 스위치 백 구간을 운행하는 증기형 기관차와 스위스의 산기슭을 오르내리던 인클라인 철도(강삭 철도)를 재현한 테마형 리조트다.

산악지대 철도의 특성인 내리막 경사를 이용해 국내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산악형 레일코스터와 세계 유명기차를 미니어처로 체험할 수 있는 미니트레인 등 체험시설이 유명하다.

기차테마파크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모두 30개의 북유럽 스타일의 별장형 단독 숙박시설과 오토캠핑장까지 갖추고 있어 체험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또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을 겨냥해 2018년 문을 연 '슈퍼윙스 키즈카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어린이 시설이다. 국내 최초 터널 내 프로젝션 맵핑기술을 이용한 '공룡탈출' 영상 시스템도 2019년 구축됐다. 추추파크 공룡탈출 레일바이크는 해발 720m의 옛 통리역 정상에서 산기슭을 돌아 내려오는 7.7㎞ 구간에 조성됐다.

△ 도계역 급수탑

도계역 급수탑은 1940년 영동선이 개통한 이후 도계역을 경유하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해주던 시설이다. 문화재청은 2003년 1월 도계역 급수탑을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46호)으로 지정했다.

급수탑은 철근콘크리트 원통형으로 상부 급수탱크와 하부 기계실로 구성되어 있다.

급수탑 높이는 8m이고, 바닥 면적은 16㎡이며, 하부 둘레는 14.2m이다. 급수용량은 28.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