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양 최장 출렁다리,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쾌감

대구해송 2023. 6. 10. 22:11

충남 논산
지난 16일 오후 충남 논산시 탑정호. 대둔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담은 드넓은 호수 한가운데를 출렁다리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논산시 가야곡면과 부적면을 연결하는 다리로 총 길이가 600m에 달한다. 국내는 물론 동양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지난 16일 오후 충남 논산시 탑정호 출렁다리. 국내는 물론이고 동양에서 가장 긴 600m짜리 출렁다리다. 주탑 아래를 지날 무렵, 초속 10m 강풍이 불자 이름 그대로 다리가 출렁거렸다. 따가운 초여름 햇살 아래 후끈해진 등판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동양 최장 600m짜리 출렁다리
탑정호 출렁다리를 직접 건너봤다. 높이 50m 주탑 2개에 이어진 케이블이 다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다리 폭은 2.2m. 바닥은 나무 덱과 S자 모양의 철망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다리 상판에서 수면까지는 13~15m.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높이다. 바닥 철망 사이로 일렁이는 호수 물살이 생생하게 보였다. 다리 주탑 아래를 지날 무렵 초속 10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순간 다리가 출렁거렸다. 따가운 초여름 햇살 아래 후끈해진 등판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유근정 논산시 주무관은 “탑정호 출렁다리는 몸무게가 75㎏인 성인 5000여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끄떡없다”며 “초속 40m가 넘는 강풍, 진도 6.3 이상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리가 출렁이는 정도는 상판에 작용하는 하중에 따라 달라진다”며 “인파가 몰릴수록, 풍속이 빠를수록 출렁임이 커진다”고 말했다. 케이블에 걸리는 장력(張力)을 조정해 출렁이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탑정호 출렁다리 건설에는 158억원이 투입됐다. 2018년 9월 착공해 지난해 말 완공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개통이 미뤄지고 있다. 논산시는 7월 이후 공식 개통한다는 계획이지만,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들어섰다는 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가야곡면 종연3리 이응재(63) 이장은 “주말이면 수백 명씩 탑정호 주변에 몰린다. 주변 도로가 차들로 빼곡하다”고 말했다. 나무 덱 길로 단장한 수변 산책로에서 만난 김미영(48·전북 군산시)씨는 “친구들과 탁 트인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하니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라며 “빨리 개통해 호수 위 출렁다리를 걷는 즐거움도 맛보고 싶다”고 했다.

 

케이블에 매달아 놓은 LED 등 2만5000개가 갖가지 색으로 변하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신현종 기자
◇음악 분수 쇼 등 화려한 야경
탑정호 출렁다리의 밤은 더 화려하다. 다리 전체를 대형 스크린 삼아 미디어 파사드 장관이 펼쳐진다. 케이블에 매달아 놓은 LED 등 2만5000개가 갖가지 색으로 변한다. 논산시는 30여 개 영상을 마련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음악과 어우러져 물줄기가 춤추는 음악 분수대도 있다. 최대 120m까지 치솟는 장쾌한 물줄기 향연이 펼쳐진다.
논산시는 탑정호 주변에 총 2800여억원을 투입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복합 휴양 관광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출렁다리와 생태체험관, 농촌 테마공원, 산책로는 완공했다. 호반 둘레길과 웰니스 파크, 자연문화 예술촌, 물빛정원, 복합 휴양 관광단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유교 문화와 자연 자원을 연계한 ‘웰니스 파크’는 체험관과 영상관 등을 갖춘 가족 친화적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논산서 즐기는 오감 만족
논산시는 탑정호 출렁다리가 개통되면 충남 내륙의 관광 지도를 확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탑정호를 중심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돈암서원, 강경의 여러 근대 건축물, 연무읍 선샤인 랜드 등을 연계해 관광객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돈암서원은 조선 예학(禮學)의 거두인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1548~1631) 선생을 기리는 공간.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강경은 일제 강점기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유명하다. 선샤인 랜드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촬영지로,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세트장을 찾는 젊은 연인이 많다.
탑정호와 가까운 백제군사박물관 관람, 은진미륵으로 유명한 관촉사 기행, 곰삭은 맛을 느껴볼 수 있는 강경 젓갈시장 투어도 있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논산을 중부권 관광 중심지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군 예당호 출렁다리는 탑정호 출렁다리가 완공되기 전까지 ‘국내 최장’ 타이틀을 보유했던 명소다. 다리 길이가 402m에 달한다. 2019년 4월 개통 이후 최근까지 누적 방문객이 460여만 명에 달한다. 예당호는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3.7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저수지다. 충남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는 지난 2009년 길이 207m 규모로 준공됐다. 강원도 삼척시는 2023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도계읍 미인폭포 일대에 길이 327m짜리 출렁다리를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