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운탄고도 - 오십천 물길 따라 바다로

대구해송 2023. 6. 8. 23:29

■ 삼척 9길 = 오십천을 건너고 또 건너 바다에 이르는 길
 

영월에서 시작해 정선과 태백을 거쳐 삼척으로 이어지는 장장 172.64㎞에 달하는 운탄고도의 마지막 구간인 9길(25.15㎞)은 삼척 신기역에서 동해바다 소망의 탑으로 이어진다. 오십천 구불구불한 물길을 따라 다리를 건너 바다까지 이르는 길, 산과 들이 물길을 막아서며 이제 천천히 가라고~ 쉬었다 가도 된다고 속삭이는 길, 느림과 쉼의 미학을 온몸으로 직접 겪는 길이다.

 

산자락 아래로 터널을 빠져나온 영동선 열차가 시원하게 지나가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드넓은 동해바다를 만나게 된다. 이른바 ‘오십천을 건너 바다에 이르는 길’인 것이다.

운탄고도 1330길은 ‘성찰과 여유, 이해와 치유의 길’(1길·15.60㎞)과 ‘김삿갓 느린 걸음 굽이굽이 길’(2길·18.80㎞), ‘광부의 삶을 돌아보며 걷는 길’(3일·16.83㎞), ‘과거에 묻어둔 미래를 찾아가는 길’(4길·28.76㎞), ‘광부와 광부 아내의 애틋한 사랑의 길’(5길·15.70㎞) 등 이름만 들어도 감성이 충만하다.

 

이어 ‘장쾌한 풍경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길’(6길·16.79㎞)과 ‘영서와 영동이 고갯마루에서 만나는 길’(7길·18.07㎞), ‘간이역을 만나러 가는 길’(8길·16.94㎞) 등에서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운탄고도의 마지막 구간인 9길은 이름 그대로 오십천을 따라 동해바다를 만나러 가는 여정으로 쉼없이 이어진다. 오십천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어름치를 비롯해 황쏘가리와 철갑상어, 쉬리, 꺽지, 산천어, 숭어 등 다양한 물고기가 자란다.

 

겨울에는 바다빙어가 산란을 위해 모여들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물고기가 오십천을 따라 바다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으니, 삼척사람들의 천렵 사랑은 이미 옛날부터 유명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석탄산업이 호황기일 때에는 탄광이 쉬는 날이면 삼척 신기와 미로 구간 오십천으로 광부와 가족들이 몰리면서 물고기보다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였다고 한다.

신기에서부터 오십천을 따라 흘러 내려오다 보면 시립박물관 건너 편으로 죽서루를 만나게 된다. 오십천과 죽서루가 절묘하게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관동팔경 가운데 유일하게 강가에 자리한 죽서루, 전망대에 서서 죽서루를 감상하는 시간은 필수다.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의 죽서루 그림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나마 조선시대의 풍류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다. 시내를 감돌아 흐르던 오십천 물길은 수로변경 공사로 인해 이제는 곧장 장미공원으로 내달린다.

 

삼척 장미공원은 지난 2014년 오십천 둔치 부지에 장미 222종, 15만9000그루를 가꿔 동해안 최대 장미꽃 단지로 자리잡았다. 2016년부터 열린 장미축제에는 매년 40만~50만명이 찾을 정도로 대표 꽃 축제로 유명하다. 각양각색 천만 송이 장미의 향연을 4~9월까지 만끽할 수 있다.

이어 오십천이 바다와 만나는 오분항 쪽에는 우산국(울릉도, 독도)을 우리 영토로 만든 신라 명장 이사부장군의 ‘우산국 복속 출항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다. 장미공원에서 삼척항으로 가는 길에 육향산이라는 작은 봉우리 하나가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동해안 수군사령부 격인 삼척포진성이 자리하고 있던 곳이다. 육향산에는 하단부에 역대 영장들의 불망비가 서 있고, 산 정상부에 척주동해비·대한평수토찬비가 세워져 있다. 일제는 삼척포진성을 헐어버리고 그 돌로 삼척항을 만드는데 활용했다.

 

대한제국의 유적을 파괴해 자원수탈을 위한 항구 건설에 사용한 것이다. 삼척포진성 유허지에서 삼척항~소망의 탑 구간은 삼척시가 지정한 ‘이사부길’이기도 하다.

이 길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독도 침탈 야욕을 드러내고 강제징용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을 생각하며 이사부의 해양개척정신을 되새기게 된다. 소망의 탑은 9길의 종점이면서 운탄고도 종착지이다. 탁 트인 바다 전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수많은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을 모두 포용하는 바다, 아무리 더러운 물이라도 기꺼이 품어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바다, 우리 모두에게 바다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소망의 탑에서 빌어본다.

 9길 주변 명소

△ 조선 왕조 발상지 삼척 준경묘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는 풍수상 조선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조선 태조의 5대조이며 목조의 아버지인 양무장군의 묘가 있다. 고종 3년(1899년) 준경묘 제각과 비각을 건축하고 17㎞ 남짓 떨어져 있는 ‘흑악사’를 원당사찰로 지정하면서 천은사로 사명을 개명한 인연을 갖고 있다.

 

활기리라는 지명은 황제가 나왔다는 ‘황기’에서 유래했다. 조선왕조의 태동을 예언한 백우금관의 전설(백마리 소 대신 흰 소, 금관 대신 귀리 짚으로 관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내용)이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양무장군과 4대조 목조대왕(이안사)이 살던 곳이다.

양무장군 묘역인 준경묘 주변으로 울창한 황장목 숲이 우거져 있어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림욕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활기리에서 준경묘로 가는 길목은 가파른 산길로, 숨이 턱에 차오를 무렵 탁 트인 평지가 나타나고 아름다운 금강송 숲길이 시작된다.

 

하늘로 곧게 뻗어있는 금강송은 속이 누렇고 단단해 황장목이라 불린다. 조선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재목으로 썼다고 하며, 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과 광화문을 복원할 때도 사용될 정도로 아름드리를 자랑한다. 준경묘 입구에 있는 ‘미인송’은 2001년 충북 보은의 정이품 소나무와 혼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활기 치유의 숲

삼척시는 미로면 활기리 일원 65㏊ 규모의 황장목 군락지를 중심으로 50억원을 들여 대규모 치유의 숲을 조성했다. 치유센터와 방문자센터, 트리하우스(4동), 숲 체험장(10곳), 물 치유장(1곳), 치유 숲길(40㎞) 등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들의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특히 청소년과 가족, 어르신, 직장인들을 위한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주목을 끌고 있다.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건강측정 및 쑥차 시음, 다도체험, 돌다리 걷기, 족욕테라피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나무 잎을 이용한 배 띄우기 등이 운영되고 있다. 또 직장인 등을 위해 건강측정과 스트레칭, 뇌 훈련 체조, 맨발걷기, 명상, 족욕 등 프로그램은 숲속 힐링의 진수를 보여준다.

주변 황장목 군락지에 펼쳐진 다양한 치유 숲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흉고직경 70㎝ 이상의 아름드리 황장목 1000여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치유숲길은 모두 15코스로 구성돼 있다.

 

해발 300m부터 시작돼 500m 정도에 이르는 숲길로 하늘바람길(3.3㎞·1시간30분·난이도 중)과 풍경소리길(1.09㎞·25분·난이도 하), 물소리길(3.76㎞·1시간20분·난이도 하), 백두송길(6.8㎞·3시간8분·난이도 상) 등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정해 편안한 마음으로 트레킹 할 수 있다.

 

또 치유의 숲을 지나 활기치유센터부터 덕항산~황장산~두타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와 식생, 계절별 경관을 경험할 수 있고, 임도는 넓은 노폭과 안정적인 경사도를 유지하고 있어 산행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