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들고 숨은 보물을 찾으러 가는 기분으로 경주 마석산(531m)을 소개한다.
마석산은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 경계에서 남쪽으로 살짝 벗어나 있으며, 낮설지 않은 산이다.
산행은 금오봉과 능선을 잇는 종주 산행인데다 뒤에 치술령(767m)으로 연결할 욕심에 그때는 지금의 맷돌바위에 올라 조망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며 제내리로 하산한 바 있다.
▮거리가 짧아 가족 산행 추천
당시 마석산에 대한 정보는 세 개의 봉우리에 백운대마애불입상과 마석산삼층석탑이 전부였는데 주능선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찾아갈 수 없었다. 그런데 마석산에는 두 문화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석문 용문사 백운대 맷돌바위 유두바위 대포바위 가시개바위 남근석 선돌 독수리바위 삼지창바위 등 하나같이 이름과 맞는 형상의 기암괴석이 즐비했다. 동네 뒷산 같은 수더분한 산에 이런 기암이 숨어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해 이번에 다시 한번 찾았다.
산 아래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맷돌산’, 빼쪽빼쪽한 돌이 많아 ‘뺏돌산’이라 불렀다. 이게 한자로 바뀌면서 마석산이 되었다. 맷돌산의 유래를 보면 산 정상의 맷돌바위가 제내리에서 보면 맷돌의 손잡이로 보인다 하며, 온 세상이 물난리가 났을 때 마석산 꼭대기가 맷돌만큼 남기고 물에 잠겼다는 설도 있다.
마석산 아래 북토리에는 ‘말 무덤’ 지명이 남아 있다. 신라 눌지왕 때 박제상이 볼모로 잡혀간 왕자를 구하러 왜국에 급히 떠나게 되었다. 박제상은 집에 소식을 전하려고 타고 다니던 말에다 편지를 묶어 집으로 돌려보냈다.
말은 집을 찾아가다 길을 잃고 온 산을 헤매다 지쳐 죽었다. 그 말을 묻은 곳이 말 무덤이며 마릉(馬陵)이라고도 한다.
마석산은 최근 기암이 알려지면서 경주에서 새로운 산행지로 떠올라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정작 등산로에는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경주시가 너무 마석산을 홀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시에다 등산로를 문의했다. 경주시의 답변은 마석산 등산로 정비를 계획 중이며, 빠르면 올해 안에 마석산 등산로에 이정표와 최소한의 편의시설 설치를 마무리 한다는 것이었다.
산행경로는 다음과 같다. 보광사버스정류장~두꺼비식당~용문사 주차장~석문~용문사(백운대마애불입상)~395봉~작은마석산·마석산 갈림길~마석산 정상~대포바위 갈림길~유두·대포바위~대포바위 갈림길~맷돌바위~가시개바위 갈림길~가시개바위~가시개바위 갈림길~420.3봉~남근석~선돌(남근석)~삼지창 바위~외딴 농가를 거쳐 북토버스정류장에서 마친다. 산행거리는 약 6.5㎞이며 3시간30분 안팎 걸린다. 숨겨진 기암을 찾아가는 산행인 데다 거리가 짧아 가족 산행도 괜찮다.
내남면 명계리 보광사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다. 버스 진행 방향으로 70m 가면 백운대마애불입상과 용문사
안내판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는다. 두꺼비식당 왼쪽 콘크리트길이 용문사 올라가는 마석산 들머리다.
전원주택 사이를 빠져나가면 왼쪽으로 천왕지봉과 고위봉이 보인다. 포장길은 비포장 임도로 바뀌며 용문사 주차장을 지난다. 보광사버스정류장에서 약 20분, ‘용문사 가는 길’ 팻말을 보고 오른쪽 돌계단을 오른다.곧 용문사 일주문인 석문이 나온다. 편평한 바위가 비스듬하게 걸쳐진 석문을 통과하면 용문사에 올라선다.
▮기암괴석 전시장, 마석산
용문사는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채가 전부인 아담한 사찰이며, 오른쪽에는 백운대라 불리는 너른 암반 직벽에 부처님을 돋을새김한 백운대마애불입상이 있다. 4.6m 높이인 석불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이며,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왼쪽으로 묵장산과 멀리 고헌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오른쪽 끝에 단석산이 보인다.
마석산은 대웅전과 마애불 사이 돌계단을 올라 산신각 앞을 지난다. 파란 물탱크를 거쳐 정면의 지능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탄다. 소나무 숲길에 쌍무덤이 나온다. 잇단 갈림길에서는 산악회 안내 리본을 참고한다.
395봉을 넘어 완만한 산길은 용문사에서 20분이면 다시 봉우리에 올라선다. 마사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안부의 임도에 내려선 뒤 직진한다.
이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깔딱고개 같은 산길을 오른다. 20분이면 삼거리 봉우리에 올라 마석산은 오른쪽으로 꺾는다. 왼쪽은 금천사 작은마석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소나무 숲에는 송이 채취를 금한다는 표지기가 달려 있다.
10분이면 폐 헬기장인 마석산 정상에 선다. 조망이 열리지 않아 직진한다. 정상석 앞 남쪽은 제내리로 내려간다. 2, 3분이면 나오는 집채만 한 맷돌바위 직전 폐헬기장에서 왼쪽으로 꺾어 유두바위 대포바위에 갔다 온다.
2분이면 왼쪽에 젖꼭지를 닮은 유두바위, 30m 아래쪽에 홍두깨를 닮은 대포바위가 나온다. 남근석으로도 불린다. 북쪽으로 천왕지봉 고위봉 금오봉 작은마석산이 보인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 로프가 묶인 15m 높이 맷돌바위를 오른다. 손잡이와 발 디딜 곳이 많으나 고도감이 상당해 조심해야 한다.
바위에 서면 동쪽으로 조망이 열린다. 왼쪽 동대봉산에서 시계방향으로 토함산 삼태봉 동대산 무룡산 묵장산이, 발아래 영지와 아기봉산 외동읍 들판이 펼쳐진다. 맷돌바위를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김씨 묘를 지나 약 15분이면 420.4봉 직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시개바위를 보고 온다. 가시개는 가위의 사투리다. 다시 앞서 갈림길로 되돌아간다. 420.4봉을 돌아 남근석을 지난다. 5분이면 크고 작은 바위가 엉킨 암릉이 나오며 조망이 터진다.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면 오른쪽에 창끝같이 뾰쪽한 약 4m 높이 바위가 서 있다. 선돌 촛대바위 남근석으로 불리는데, 그 모양이 부산 금정산의 남근석과 흡사하다. 독수리 바위 아래에 세 개의 바위가 비스듬하게 하늘을 찌르는 삼지창바위가 있다.
마석산의 숨은 보물을 찾아가는 산행은 여기서 끝난다. 산행 들머리에 승용차로 도착했다면 왔던 길을 되짚어 용문사로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북토마을로 하산한다. 직진해 북토마을로 향했다. 오솔길을 따라 약 12분이면 늘어선 권씨 묘를 지나 임도와 만난다.
‘하산 길’ 팻말을 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임도를 따라 외딴 농가를 지난다. 농가 입구 사거리에서 직진해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왼쪽이다. 다시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북토안길’로 직진한다. 마을 주차장을 지나 30분이면 북토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 여행정보
◆ 교통편
- 경주시외버스터미널 간 뒤 508번 좌석버스 갈아타고 보광사정류장서 하차해야
거리가 가까워 경주에서 연결하는 시내버스 시간만 잘 맞춘다면 대중교통이 낫다. 원점회귀가 아니고 횡단 산행이라 승용차 이용은 불편하다. 승용차를 이용했다면 삼지창바위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용문사로 하산하거나 북토 마을에서 불국사 콜택시(054-746-9292)를 불러야 한다. 택시요금 2만5000원 선.
승용차는 경북 경주시 내남면 내외로 1090-80 ‘마석산 용문사’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고, 용문사 입구
두꺼비식당 뒤 공터에 주차하거나 용문사 아래 주차장에 차를 둔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 동부터미널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터미널을 나와 오른쪽 시외버스터미널정류장에서 명계행 506번과 입실로 가는 508번 좌석버스로 바꿔 탄다.
동부터미널에서 경주행은 첫차 오전 6시2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시외버스터미널정류장에서 506번은 오전 8시10분, 508번은 오전 6시10분, 9시에 출발하며, 보광사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산행 뒤 북토버스정류장에서 601번 좌석버스는 낮 12시50분 오후 3시50분 5시45분 8시에 출발하며 경주터미널정류장에서 내린다. 경주에서 부산행은 밤 10시40분(막차)까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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