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실학자와 홍어장수의 만남…모래언덕 고운 그 섬에 표류 (2)

대구해송 2023. 5. 31. 22:48

신안 도초면 우이도

 

언덕을 넘어가면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성촌해변으로 연결된다. 역시 무인도에 온 것처럼 한적하다. 짧은 섬 여행을 마치고 성촌마을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린다. 한낮의 볕이 제법 따가운데 그늘로 들어서니 소매를 내려야 할 정도로 서늘하다.

 

박흥영 우이2구(돈목마을) 이장은 “한여름에 목포에서 배 타고 올 때는 빨리 가서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막상 도착하면 그런 마음이 싹 없어진다”고 했다. 피서지로 더없이 좋다는 자랑이다.

여행지로서 우이도는 여전히 불편하다. 목포에서 바로 가는 배는 하루 한 차례 ‘섬사랑6호’뿐이다. 우이도의 3개 마을과 섬 동쪽의 동우이도 서우이도까지 거치면 무려 4시간이 걸린다. 돈목마을과 성촌마을의 약 15가구가 민박을 운영한다. 식당이 따로 없어 민박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도초도·비금도 알차게 둘러보기

 

우이도에 가자면 면소재지인 도초도를 거친다. 도초도는 6월이면 ‘수국섬’으로 변신한다. 전국에서 기증받은 70~100년생 팽나무 760그루로 조성한 팽나무 10리길, 일명 ‘환상의 정원’ 산책로에 온통 수국이 심겨 있고, 길이 끝나는 언덕에는 별도로 수국정원이 조성돼 있다. 6월 24일부터 7월3일까지 섬수국축제가 예정돼 있다.

2021년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의 주요 장면을 촬영한 곳도 흑산도가 아니라 도초도다. 수국정원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언덕에 촬영 당시 세운 초가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바다 건너 실제 정약전이 유배됐던 우이도가 아련히 보인다.

 

도초도와 다리로 연결된 비금도도 볼거리가 쏠쏠하다. 일명 하트해변으로 불리는 하누넘해수욕장은 인증사진 명소로 알려졌고, 4.2km에 이르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은 광활하고 단단한 모래사장으로 유명하다.

 

바로 옆 원평해변은 ‘바다의 미술관’을 꿈꾸고 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작품이 바다에 설치될 예정이다. ‘북쪽의 천사’라는 작품으로 영국의 쇠락한 도시 게이츠헤드를 인기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작가다.

시간을 넉넉히 잡는다면 그림산(226m)과 선왕산(255m) 산행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리 높지 않지만 제법 험한 바위산으로, 산등성이에 오르면 주변 다도해와 비금도 들판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요즘은 갓 모내기를 마친 논과 염전이 햇볕에 반짝거린다. 비금도는 1946년 주민들이 민간 최초로 천일염전을 조성한 섬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