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막이 / 이정하
짙은 안개,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분간도 못할 만큼.
내 삶의 절반 이상도
안개였다. 내생애 어느 한군데
마른 곳이 있었던가,
늘 안개에 젖어 지나온 것을.
춥다. 옷을 두껍게 껴입었는데도 자꾸 춥다면
마음이 추운 탓이리라.
신이 왜 겨울을 내려 주었을까.
그건 아마도 서로 손잡고 살라는 뜻,
따스한 마음을 서로 나눠 가지라고.
그래, 이 혹독한 겨울에는
서로 바람막이가 되어야 하리.
내가 그의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는 것은
그또한 나의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는 것.
갈대 하나로는 서기 어렵지만
갈대들이 모이면
서로 기대어 설 수 있으므로.
그래야 쓰러지지 않고,
그래야 외롭지 않으므로.
(All Is one - Ralf 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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