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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노래 / 마광수

대구해송 2019. 4. 14. 20:28


늙어가는 노래 / 마광수

 

 

내 나이 아직 어렸을 때에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

어른만 되면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지

그러나 난 지금 꿈을 이룰 수 없네

나는 이미 어른이기에.

 

안쓰럽게 푸른 새싹으로 올라와

한스럽게 다 자란 싹으로 피어났던

애닯고 허무했던 나의 희망이여

 

어쨌든 내겐 아직 희망이 필요하지만

이 얄미운 목숨을 지탱하기 위한

멍텅구리 같은 희망이라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나는 희망을 이룰 수 없네

나는 이제 자라나는 나무가 아니라

점점 죽어가는 나무이기에

나는 벌써 어른이기에

 

뒤섞인 나날 속에 지쳐 누운 추억의 그림자

초라한 기억 속에서 안간힘쓰며 꿈틀대는

이 사랑, 이 욕정, 이 본능 !

 

그러나 나는 사랑을 이룰 수 없네

, 나는 어른이기에

절망보다 오히려 더 두려운 그 '희망'을 믿기엔

이미 너무나 똑똑해져 버린

.....서글픈 어른이기에.

 

-가자, 장미여관으로 중에서

 


(Almost Over For You - Laurens Van Roo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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