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봄의 정치 / 고영민

대구해송 2019. 4. 1. 01:08



봄의 정치 - 고영민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따뜻한 눈송이들

 지난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 보는 나무들의 눈시울

 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

 나의 딸들은

 새 학기를 맞았다



(Mountain - Paul Speer)


 

                     


 

                   


'좋은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길도에서 / 정호승  (0) 2019.04.29
늙어가는 노래 / 마광수  (0) 2019.04.14
목련 아래서 / 김시천  (0) 2019.04.01
3월 시모음  (0) 2019.03.03
다 스쳐보낸 뒤에야 사랑은 / 복효근   (0) 201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