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에 대하여 / 신달자
그를 애타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스무 살 때는 열손가락 활활 타는 불꽃 때문에
임종에 가까운 그를 기다렸고
내 나이 농익은 삼십대에는
생살을 좍 찢는 고통 때문에
나는 마술처럼 하얗게 늙고 싶었다
욕망의 잔고는 모두 반납하라
하늘의 벽력 같은 명령이 떨어지면
네 네 엎드리며 있는 피는 모조리 짜 주고 싶었다
피의 속성은 뜨거운 것인 지
그 캄캄한 세월 속에도
실수로 흘린 내 피는 놀랍도록 붉었었다
나의 정열을 소각하라 전소하라
말끔히 잿가루도 씻어내려라
미루지 마라
나의 항의 나의 절규는 전달이 늦었다
20년 내내 전갈을 보냈으나
이제 겨우 떠났다는 소식이 당도했다
이젠 마음을 바꾸려는 그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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