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 정채봉

대구해송 2018. 5. 14. 04:34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 정채봉

 

 

 

쫓기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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