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아침 / 최석근
문지방에 걸터앉아
문밖을 출입하는 얼굴의 표정을
창에 그려 놓고 있는
세월의 휘어진 손가락이 무섭다
어느 날 아침
큰 산이 안개 속에서 부화할 때
호수 안에서 깨어 나오는 고적한 물빛도
밤사이 몸을 뒤섞던 달빛을 배웅하고
하루를 담금질하기 위하여
풀무에서 나온 시뻘건 태양이
쉰이 넘어선 나이를 밟고
무거운 그림자를 만들 때서야
이별을 느꼈다
사모한 것들은
다 타고난 재가 되었고
달빛 물이든 가슴을 걸어가던 바람
이제는 관능을 비켜 흘러가며
빠르게 잊혀져 가는 세월이 무섭다
어느 날 아침
이별이 왔다.
(I Wanna Love You Forever - Simpson Jes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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