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어느 날의 아침 / 최석근

대구해송 2018. 1. 24.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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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아침 / 최석근

 

 

문지방에 걸터앉아

문밖을 출입하는 얼굴의 표정을

창에 그려 놓고 있는

세월의 휘어진 손가락이 무섭다

 

어느 날 아침

큰 산이 안개 속에서 부화할 때

호수 안에서 깨어 나오는 고적한 물빛도

밤사이 몸을 뒤섞던 달빛을 배웅하고

하루를 담금질하기 위하여

풀무에서 나온 시뻘건 태양이

쉰이 넘어선 나이를 밟고

무거운 그림자를 만들 때서야

이별을 느꼈다

 

사모한 것들은

다 타고난 재가 되었고

달빛 물이든 가슴을 걸어가던 바람

이제는 관능을 비켜 흘러가며

빠르게 잊혀져 가는 세월이 무섭다

 

어느 날 아침

이별이 왔다.

  


 

 (I Wanna Love You Forever - Simpson Jess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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