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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대구해송 2017. 5. 28. 21:34

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 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

 

 한국시인협회상 허형만씨

 

허형만 시인, 대학교수

출생19451026일 전남 순천시

중앙대 국문과 졸

1973월간문학등단

목포대학교 인문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역임

소파문학상, 전남문학상, 예술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평화문학상, 한국크리스챤문협상, 우리문학작품상,

편운문학상, 한성기문학상 수상

시집청명,풀잎이 하나님에게,모기장을 걷는다

입맞추기,이 어둠 속에 쭈그려앉아,供草

진달래 산천,새벽,풀무치는 무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