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 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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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 대학교수
출생1945년 10월 26일 전남 순천시
중앙대 국문과 졸
1973년 『월간문학』 등단
목포대학교 인문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역임
소파문학상, 전남문학상, 예술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평화문학상, 한국크리스챤문협상, 우리문학작품상,
편운문학상, 한성기문학상 수상
시집『청명』,『풀잎이 하나님에게』,『모기장을 걷는다』
『입맞추기』,『이 어둠 속에 쭈그려앉아』,『供草』
『진달래 산천』,『새벽』,『풀무치는 무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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