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3

한잔의 커피에서 / 도지현

한잔의 커피에서 차가운 회오리바람이 분다얼마 전만 해도 뜨거운 바람으로심장을 데일 것 같았는데 언제까지나온대 기류 속에 안주해따뜻함으로 아늑한 기분이마약처럼 몸속에 스며들어한없이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무슨 연유에서 인지한발 삐끗 수렁에 빠졌다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렸더니단풍이 드는 계절이 오고눈 내리는 계절이 와버렸다 그러하더라도 꽃피고새 노래하는 아름다운 계절이 오면다시 따뜻해지려니 했는데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입술에 닿는 커피는 식고커피잔 속에서는 토네이도 같은회오리바람이서릿발처럼 차갑게 소용돌이친다.

사랑 그리움 2024.06.29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 도종환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 도종환          그리움은 아무 말도 없이나를 여기에 홀로 놓고 가 버리네나는 어디로 가지참 많은 사람들이 있네근데모두가 자기 길만 총총히 가네그럼 난 어디로 가지그냥서 있잖아요언제나 그 자리에내가 사랑하는 당신도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 해즐거운 편지처럼당신이 서있는 배경에서바람이 불고 해가 지는 것 처럼..

사랑 그리움 2024.06.29

내 가슴 한쪽에 / 이정하

내 가슴 한쪽에 / 이정하 세상의 울타리 안쪽에는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습니다.스쳐갈 만큼 짧았던 만남이기도 했지만세상이 그어둔 선 위에서건너갈 수도 건너올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그 이후에쓸쓸하고 어둡던 내 가슴 한쪽에소망이라는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그 촛불로힘겨운 사랑이 가져다 준 어두움을조금이라도 밀어내 주길 원했지만바람막이 없는 그것이 오래갈 리 만무합니다.누군가를 위해서따뜻한 자리를 마련해 둔다는 것.아아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의자를 비워둘 때의 그 쓸쓸함을.그 눈물겨움을세상이라 이름 붙여진그 어느 곳에도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습니다.하지만,그대가 있었기에 늘 나는내 가슴 속에 초 한 자루 준비합니다.건너편 의자도 비워 둡니다.

사랑 그리움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