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으로 떠나는 소풍’. 팜크닉이란 말을 언뜻 들으면 여느 농촌여행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지만 요즘 대세다.
이색적인 농촌체험은 물론, 마음까지 충분하게 쉴 수 있단 매력에 빠진 이들이 부쩍 늘어서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곳에서의 하루를 감성적인 사진으로 담아 올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팜크닉만의 매력을 파헤쳐보고자 경남 밀양 체험농장 ‘애플보이’를 찾아가보고 팜크닉을 기획하는 팜큐레이터로부터 이들의 역할과 준비과정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밀양역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 이동하면 산내면 애플보이에 도착한다. 입구에 빼곡하게 있는 사과나무 100여그루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벌써 어린아이 주먹만 한 사과가 열리기 시작한 나무 사이를 지나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산양 6마리가 뛰어노는 작은 동물농장 옆으로 하얀 데이지와 노란 금계국이 마치 수놓은 것처럼 펴 있다. 농장을 활보하는 장난감 트랙터는 어느새 그럴듯한 운전 솜씨를 뽐내는 김청별양(5·경남 창원) 차지가 됐다. “엄마, 아빠랑 지난 주말에도 놀러 왔어요. 4월에 왔을 땐 사과꽃을 구경했는데 이번에는 상추를 심을 거라고 해서 무척 신기하고 기대돼요”.
애플보이는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장이다. ‘팜크닉 세트’를 신청하면 돗자리·간식·음료뿐만 아니라 상추·봉선화·청경채 모종, 산양 먹이 등 체험 재료가 제공된다. 이곳에선 씨앗·모종 심기, 산양 먹이주기, 상추·오이·토마토로 요리하기를 경험해볼 수 있다.
지금 농장을 방문하면 사과나무 열매솎기(적과)를 체험하게 된다. 영양분을 충분히 받고 자란 탐스러운 사과를 얻으려고 일찌감치 작은 열매를 골라주는 것이다. 가을이면 남겨놓은 열매가 무럭무럭 자라 수확도 체험할 수 있다. 지난봄에는 사과나무를 하얗게 뒤덮은 꽃을 구경하려고 방문객이 많이 찾아왔는데 이때 진행된 꽃솎기(적화) 작업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농장을 운영하는 배준호씨(37)는 “여유 있게 소풍하러 왔다가 모종 심기나 수확 체험을 하면서 팜크닉의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렵지 않은 작업을 1대1로 알려주기 때문에 5살 어린아이도 쉽게 따라 한다”고 설명했다.
나무 아래서 땀 흘리며 체험을 하고 오면 어느새 잔디밭 위에 ‘피크닉 소품’이 준비돼 있다. 하얀 돗자리 위에 올려진 나무 바구니, 사과주스, 꽃다발은 동화 속에서 본 소풍을 떠올리게 한다. 돗자리 주변에서 작은 삽·호미를 손에 쥐고 모래놀이를 하거나 네잎클로버를 찾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열심히 뛰어논 아이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면 마지막으로 ‘요리 수업’을 할 차례다. 농장에 마련된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본다. 메뉴로는 식용채소인 루꼴라와 방울토마토를 올린 화덕피자, 구운 가지와 한입 크기로 자른 오이를 넣어 만든 샐러드가 있다. 요리를 하며 재료를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면 작물을 이해하는 폭이 한층 넓어진다.
딸 김양과 함께 요리 수업에 참여한 김한나씨(30·창원)는 “밭에서 직접 따온 재료로 요리하니까 아이들 집중력이 올라간다”며 “소꿉놀이하듯이 가족들과 다 함께 돗자리 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힐링된다”고 말했다.
배씨는 도시 사람들에게 농사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서 팜크닉을 기획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도시에서 온 아내는 농사일을 신기해했다고 한다. 배씨는 이 점에 착안해 농사일을 체험 형태로 만들어 지난가을 애플보이를 열었다. 앞으로 지역 초등학교와도 꾸준히 협업해 아이들이 농사를 가까이에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수업도 꾸릴 계획이다. 애플보이 팜크닉 체험 비용은 2인 1세트 기준 3만원, 3인 기준 4만원이다. 12개월 미만 아동은 무료이며 이용 시간은 2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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