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상 중에 계신 하나님(性品)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주 만물을 초월해서 자유롭게 계시는 본질적인 성품을 가지셨지만, 지으신 만물과의 관계성 속에서 여러 가지 성품을 나타내신다. 성경에는 창조 이전에 홀로 계시던 하나님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고 하나님과 피조물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일관한다. 성경은 하나님이 피조물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셨고, 피조물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를 증거하고 있다.
성경은 하나님과 인류의 관계를 창조주와 피조물과의 관계,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목자와 양과의 관계, 그리고 토기장이와 질그릇과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은 홀로 계시기를 좋아하시지 않으시고, 지으신 모든 피조물과의 만남과 교제를 통해서 하나님의 성품을 알리시고, 지으신 만물을 섭리하신다.
하나님에게는 초월적인 본질 외에도 인류와의 관계와 교제를 통해서 인류에게 끼치는 감화력이나 영향력이 있다. 이러한 하나님의 성품을 하나님의 속성이라고도 한다. 하나님은 우리 인류와 근본적으로 구별된 다른 분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인간과 같은 성품도 있다. 그래서 바울은 인간과 하나님이 관계를 맺고 만날 수 있는 접촉점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롬 1:18-26).
출애굽기 29장 45-46절에 나타난 여호와 하나님께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중에 거하여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니 그들은 내가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로서 그들 중에 거하려고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줄을 알리라.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니라」하신 것은 하나님이 사람들과 함께 사시기를 기뻐하시는 뜻을 분명하게 밝혀 주신 것이다. 그러한 뜻을 가지신 하나님은 회막이나 성전에 영적으로 임재해 계시다가 사람의 몸을 입으시고, 사람의 모양으로 친히 세상에 내려오셔서 사람들과 함께 사셨다 (요 1:14, 빌 2:5-7).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나님이시다.
만남을 강조하는 신학자 칼 바르트(K. Barth)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하나님은 인간으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과 인간이 함께 만나 함께 존재하는 역사와 대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하였다. 하나님은 사람으로 오셨다가 다시 승천하신 이후에는 보혜사 성령으로 강림하셔서 온 우주와 인류 가운데 임재해 계신다. 인류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의 속성은 어떠한가?
첫째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 안에 거하시느니라] (요일 4:16). 하나님께서 만물을 지으실 때나, 지으신 만물을 섭리하실 때 나타내신 성품의 근본이 사랑이셨고, 죽어 가던 인류를 용서 하사 구원하신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사람들도 하나님의 사랑을 배워서 사람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로, 하나님은 의(義)로우시다 : 하나님의 의로우심은 바르고, 공평하고, 흠이 없는 세상을 건설하는 기초가 된다. 하나님의 법이 바르게 지켜지고, 사람들끼리도 공평하고 역사가 바르게 굴러가도록 영향력을 끼쳐 주시는 하나님은 의로우신 분이시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의를 세우기 위해서 율법도 주시고 선지자도 보내시고, 종내 에는 십자가에 그리스도를 못박으시는 일까지도 하셨다. 사람들이 의로우신 하나님을 믿음으로 정의를 실천하여, 바르고, 밝고, 공평하게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미가 6:7).
셋째로, 하나님은 거룩하시다 : 「너희는 거룩하다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레 19:2) 하셨다. 「거룩하다」는 말은 「속된 것과 구별된 것」을 뜻한다. 하나님은 죄와 악으로 오염되어 있는 이 세상의 것으로부터 깨끗이 구별되어 계신다. 우주 만물은 타락하기 이전에 창조 당시의 원형을 회복하여 거룩하여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로, 하나님은 선하시다 : 하나님은 만물의 선함의 근원이시다. 모든 선한 것들이 그로부터 나온다. 그는 어떤 가치의 판단이 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는 모든 가치를 초월하시는 동시에 모든 가치의 근원이 되신다. 이러한 신을 철학자 플라톤은 지고선(Summum Bonum)이라고 불렀다. 출애굽기 34:6에서 모세는 이러한 하나님을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 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고 고백하였다.
다섯째로, 하나님은 길이 길이 참으신다 : 하나님은 지으신 만물을 향하여 어머니와 같은 긍휼과 자비하심으로 길이 참으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 어떠한 분이 신가를 알고 그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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