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움

바람의 찻집에서 / 류시화

대구해송 2019. 9. 2. 08:15





바람의 찻집에서 / 류시화

 

 

바람의 찻집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았지

긴 장대 끝에서 기도 깃발은 울고

구름이 우려낸 차 한 잔을 건네받으며 가장 먼 곳에서 날아온 새에게

집의 안부를 물었지 나 멀리 떠나와

길에서 절반의 생을 보내며 작별하는 법을 배웠지

 

내 가슴에 둥지를 틀었다 날아간 날개들에게서

심장에서 녹는 눈발들과 주머니에 넣고 오랫동안 만지작거린 불꽃의 씨앗들로

모든 것이 더 진실했던 그때 어린 뱀의 눈을 하고

해답을 구하기 위해 길 떠났으나

 

소금과 태양의 길 위에서 이내 질문들이 사라졌지

해탈은 멀고 허무는 가까웠지만 후회는 없었지

탄생과 죽음의 소란 속에서

어떤 행성의 중력도 거부하도록 다만 영혼을 가볍게 만들었지

 

 

찰나의 순간

한 점 불꽃보다 밝게 빛나는 깨달음도 있었으나

빛과 환영의 오후를 지나

가끔은 황혼과 바람뿐인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생의 지붕들을 내려다보고

고독할 때면 별의 문자를 배웠지

 

그것들은 상처에서 핀 꽃들이었지

그리고는 입으로 불어 별들을 끄고 잠이 들었지

봉인된 심장 속에 옛사랑을 가두고

    

 

(Wait For You - Toshifumi Hi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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