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찻집에서 / 류시화
바람의 찻집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았지
긴 장대 끝에서 기도 깃발은 울고
구름이 우려낸 차 한 잔을 건네받으며 가장 먼 곳에서 날아온 새에게
집의 안부를 물었지 나 멀리 떠나와
길에서 절반의 생을 보내며 작별하는 법을 배웠지
내 가슴에 둥지를 틀었다 날아간 날개들에게서
심장에서 녹는 눈발들과 주머니에 넣고 오랫동안 만지작거린 불꽃의 씨앗들로
모든 것이 더 진실했던 그때 어린 뱀의 눈을 하고
해답을 구하기 위해 길 떠났으나
소금과 태양의 길 위에서 이내 질문들이 사라졌지
해탈은 멀고 허무는 가까웠지만 후회는 없었지
탄생과 죽음의 소란 속에서
어떤 행성의 중력도 거부하도록 다만 영혼을 가볍게 만들었지
찰나의 순간
한 점 불꽃보다 밝게 빛나는 깨달음도 있었으나
빛과 환영의 오후를 지나
가끔은 황혼과 바람뿐인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생의 지붕들을 내려다보고
고독할 때면 별의 문자를 배웠지
그것들은 상처에서 핀 꽃들이었지
그리고는 입으로 불어 별들을 끄고 잠이 들었지
봉인된 심장 속에 옛사랑을 가두고
(Wait For You - Toshifumi Hinata)
'사랑 그리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0) | 2019.09.02 |
---|---|
내 몸이 비어지면 / 이성선 (0) | 2019.09.02 |
사랑 / 최종진 (0) | 2019.09.02 |
부치지 않은 편지 / 정 호승 (0) | 2019.08.18 |
슬픈 약속 / 이정하 (0) | 2019.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