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

기다림 / 모윤숙

대구해송 2019. 4. 29. 00:30

      

고독한 여인과 구름과자  

 

 

 

 

 

기다림 / 모윤숙


천 년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 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 년에 닿도록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다.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이 꽃 피듯 피 오면
그대는 저 오월 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 추인 사랑이 석류 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나이까?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가난한 이름에게....가을사랑(2011.11.1)









기다림의 등불 하나 걸어두고/박성철



준다는 것이 받는다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는 날 있으리

떠나는 것이 반드시 미워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더러는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을 믿게 되는 날 있으리

살다 보면 간혹은
떠나는 사람의 한 치 에누리 없는
완벽한 쓸쓸함을 지켜봐야 하는 날이 있는 법

사랑은 이별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이란 걸 알게 된 지금
비로소 나 그대 기다림을 생각합니다

지금 내게 남겨진 급선무는
그대를 잊는 것이 아니라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그대를 위해
가슴 한켠에
내 기다림의 등불을 걸어두는 일입니다






 

 

 

가을이 오면_가을벤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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